CGV 아트하우스의 '세상을 바꾼 변호인' 홍보물(왼쪽)과 영문 원본

[부산닷컴=조경건 기자] CGV 아트하우스가 미국 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생을 다룬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홍보물을 공개했다가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28일 CGV 아트하우스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세상을 바꾼 변호인'에서 긴즈버그 대법관 역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의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존스는 당당한 표정과 함께 다양한 의상을 입고 있는데, "독보적인 스타일" "진정한 힙스터" "핵인싸 데일리룩" 등의 문구가 배경으로 쓰였다.

다른 존스의 사진들에도 패션에 대한 문구가 적혀있다. 빨간색 의상은 "러블리한 날", 정장은 "포멀한 날", 캐주얼한 의상은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날" 같은 식이다.

CGV 아트하우스의 '세상을 바꾼 변호인' 홍보물(왼쪽)과 영문 원본

이 홍보물은 공개 직후 '영화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킨다'는 취지의 항의 댓글에 직면했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지만, 최근 게시물에도 "누가 보면 로맨틱코미디 영환줄 알겠다" "여성에 대해서는 외모 평가밖에 못하는 시선이 우습다" 등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문제의 홍보 사진을 게재하며 "긴즈버그를 패션을 선도하는 '핵인싸 힙스터'로 만드는 것은 실존인물에 대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누리꾼도 홍보물을 공유하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고 비판했다. 영문으로 된 원본과 비교한 사진은 수천회 이상 '리트윗'되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영문 홍보물에는 '영웅적인' '영감을 주는' '리더' '정의' 등 긴즈버그의 이미지와 생애를 반영한 문구들이 사용됐다.

한편 6월 13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원제: On the Basis of Sex)은 남녀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대에 태어난 긴즈버그의 생애를 다룬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수석졸업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변호사가 된 긴즈버그는 남성 보육자와 관련된 사건을 접하고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 열쇠임을 직감, 패색이 짙은 세기의 재판에 뛰어든다.

현직 최고령 미국 대법관이기도 한 긴즈버그(86)는 진보진영 법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현재 미국 여성의 법적 지위는 1970년대 긴즈버그의 공로"라는 평가도 과언이 아니다.

긴즈버그는 얼굴과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에코백, 타투, 머그컵 등이 유행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15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아이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작년 낙상사고로 갈비뼈 3개가 부러져 입원했을 때는 SNS가 온통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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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