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게임 중독

유명준 기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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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28일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최종 의결했다. 질병의 정식 명칭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게임 이용에 통제 능력을 잃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 게임 중독으로 판정한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중독’이라 뭉뚱그려 표현되지만 중독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통상 독으로 지칭되는 유해물질에 의한 신체적 중독(intoxication)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집착해 부정적 결과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정상적 생활에 장애가 생긴 습관성 중독(addiction)이다.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로는 마약, 알코올 등이 있고, 중독으로 이어지는 특정 행동의 대표적인 것이 도박이다. 이번에 게임 중독과 함께 음란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섹스 중독’도 중독 질병으로 분류됐다. 습관성 중독은 뇌의 활동과 관련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이 쾌락을 느끼면 도파민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삶의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지만, 강렬한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도파민이 과다분비돼 그것 외의 다른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상태로까지 진행되는 게 중독이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WHO의 결정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임 중독의 개념과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게임을 마약이나 도박과 같이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게임 좋아하는 사람을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에서는 건강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까지 막자는 것이 아니며, 기준을 명확하게 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게임 중독과 관련한 논란의 이면에는 ‘돈의 논리’가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와 그에 따른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의학계가 많은 사람을 환자로 만들기 위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게임 아이템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게임에 빠진 젊은 부모가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하는 등 게임 중독이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어떤 식으로든 게임 중독의 폐해를 막는 방안은 필요해 보인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busan.com


유명준 기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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