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이 병이라니”… 부산 게임업체·관련 학과 “어쩌나”
부산일보DB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이후 부산지역 게임 관련 업계와 학과에서 산업 성장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게임이용장애’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WHO는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등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게임 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WHO 권고는 2022년 1월 발효되고, 2025년에 이를 반영해 국내법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이 이뤄진다.
WHO, 게임중독 ‘질병’ 분류 파장
“게임산업, 4차산업혁명과 밀접”
업계, 미래 먹거리 산업 제동 우려
“성장 가능성 보고 입학했는데…”
대학생들 취업 걱정 ‘속 끓여’
부산지역 게임 관련 학과는 이번 WHO 규정으로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동명대 게임공학과 재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게임이 질병이면 게임을 만드는 우리는 마약 제조자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며 “게임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입학했는데 질병으로 낙인찍혀 취업이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영산대 게임콘텐츠전공 최종인 교수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인데 우수한 학생이 게임 관련 학과에 입학하기를 꺼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에 있는 게임 관련 학과는 경성대 게임VR융합전공, 동명대 게임공학과, 동부산대 게임컨설팅과, 영산대 게임콘텐츠전공, 동의대 디지털콘텐츠게임애니메이션공학부 등 5개다.
전문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명대 고영삼 4차산업혁명연구센터장은 “WHO는 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전혀 만들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진단 척도 없이 게임을 ‘질병’으로 콘텐츠 소비자를 ‘환자’로 분류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VR, AR 등 4차산업혁명의 신기술 대부분은 게임 산업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데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성장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업계도 산업 성장에 제동이 걸릴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부산게임협회 송호진 회장은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수출액 중 42%를 차지할 정도로 ‘외화벌이 1등 공신’인데 이런 취급은 억울하다”며 “과몰입이라는 건 어떤 영역에서든 나올 수 있는데 전 세계인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 콘텐츠인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투자 위축 등 산업 성장이 저해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임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부산시는 WHO의 게임 중독 질병 분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17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냈고,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지난달 28일 발족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