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굿둑 32년만의 개방, ‘수문 개방 실증 실험’ 정상 진행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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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굿둑 모습.부산일보DB 낙동강 하굿둑 모습.부산일보DB

"굳게 닫혔던 수문이 32년 만에 열리는 순간입니다"

6일 오후 10시 40분께 부산 사하구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 3층 낙동강 하굿둑 개방 현장 상황실. 바닷물 수위가 강물 수위보다 11cm 높아진 오후 10시 41분 낙동강 하굿둑 8번 수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상황실에서 이 과정을 지켜본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기수복원협의회) 등 환경단체 회원 50여 명이 손뼉을 치며 일제히 환호했다. 기수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처장은 "이번 수문 개방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진행된 지난 1·2차 용역에 대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증과 보완 작업이 가능하게 됐다"며 "수질 개선 대책 마련과 기수 생태계(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생태계) 복원 가능성 증명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1987년 건설된 이래 수십년간 굳게 닫혔던 낙동강 하굿둑 수문이 6일 밤 32년 만에 문을 열었다. '하굿둑 완전 개방'을 대비해 수생태계 변화와 기수 생태계 복원 가능성 연구를 위한 일종의 시범 개방 형태다. 전문가들은 지난 6년간 이론상의 시뮬레이션 연구만 진행된 이래 첫 실증 실험으로, 낙동강 생태 복원에 첫발을 디뎠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부산시,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로 구성된 '낙동강 하굿둑 운영 실증 실험' 기관 협의체는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 2층 회의실에 모여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수문 개방 실험을 진행했다. 부산시와 환경부 등은 바닷물 수위가 강물 수위보다 높아진 6일 오후 10시 41분 낙동강 하굿둑 좌안 수문 10기 중 8번 수문을 개방했다. 수문이 열리자 낙동강 하굿둑 내 강물보다 수위가 약 10cm 높아진 바닷물이 32년 만에 하굿둑 안쪽으로 쏟아졌다. 수문이 개방된 40분 동안 약 50만t의 바닷물이 낙동강 하굿둑 안쪽 3km까지 유입됐다. 40분이 지난 오후 11시 20분께 수문이 닫혔다. 환경부 등 기관 협의체는 이후 7일 오전 1시부터 7시 40분까지 1000만t,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강물 600만t을 하굿둑 하류 쪽으로 방류할 예정이다. 바닷물 유입으로 염분이 섞인 강물을 바다로 내보내는 작업이다. 환경부는 이 과정에서 바닷물 유입으로 인한 지하수위 염분침투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낙동강 하굿둑 일대 31개 지점에서 염분 측정 작업을 진행한다.

하굿둑 인근 농민들의 반발로 지난달 20일 실증 실험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었지만, 이날 실증 실험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부산시 송양호 물정책국장은 "이번 실증 실험 결과를 낙동강 수문 개방 방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농민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지난달 6~7차례 회의를 거쳐 농민 의견을 수렴했고 이후에도 농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30분께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 건물 앞에서 한국농업경영인 강서구연합회 소속 농민 200여 명이 트랙터 13대를 동원해 수문 개방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한국농업경영인 강화식 강서구연합회장은 "농민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수문 개방 강행을 결정한 부산시와 환경부가 실망스럽다"며 "염분 침투로 인한 농업용지 훼손 등을 주장하는 농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이후에도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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