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산책] 봉준호의 냄새와 김소월의 냄새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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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섭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영화 ‘기생충’이 빈부격차를 냄새로 풀어낸 것이 화제다. 영화에서 ‘지하철 냄새’는 가난한 자의 징표로 제시되는데, 1930년대였더라면 그 냄새는 ‘서울 냄새’의 하나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1920~30년대 경성을 중심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냄새는 도시와 촌락을 가르는 표지의 일종이 되었다. 그 이전에도 도시와 촌락의 냄새는 서로 달랐지만 근대적 대도시가 형성되면서 두 공간의 냄새는 더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냄새는 도시와 촌락 가르는 표지

공적 관리 대상 되면서 ‘무취’ 선호

소월의 시는 냄새의 새 지평 열어

1929년 잡지 〈별건곤〉에 실린 ‘서울 내음새’라는 글의 필자는 서울의 냄새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그에게 도시의 향기로 다가오는 것은 향수, 맥주, 양식, 냉면, 머릿기름, 가솔린, 구운 고기 등의 냄새이다. 도시의 외면은 화려한 유행을 뽐내는 신여성, 식욕을 자극하는 풍성한 음식, 첨단 문명을 대표하는 신식 교통수단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러나 곧 필자는 도시의 이면에서 풍기는 온갖 악취를 경험한다. 청결하지 못한 도시 빈민들, 정비되지 않은 하수도, 열악한 주거 환경 등에서 풍기는 지독한 악취야말로 서울 냄새의 본질임을 깨닫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냄새! 머리카락 빠지는 구린내와 이빨이 솟는 시금털털한 냄새다. 아- 이 몸이 오그라드는 구린 냄새가 서울 냄새다.”

비단 경성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근대의 어느 도시든 초기에는 이전보다 더 짙은 향기와 더 지독한 악취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냄새가 다양화되고 집적되면서 사람들은 냄새에 더 민감해졌다.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이 지적한 바 있듯이, 현대인은 개체화 경향으로 인해 후각이 주는 인상들에 대해 주관적으로 더 강력하게 반응한다. 민감해진 후각이 근대의 위생 담론과 결합하면서 냄새는 공적인 관리의 대상으로 편입되었다.

냄새는 도시의 위생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채택되었다.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악취’를 제거해 ‘무취’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일과 동일시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악취를 불쾌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상으로 간주하지 않게 되었다. 악취는 공중 보건에 대한 위협이자 용인할 수 없는 감각적 모욕으로 여겨졌으며, 따라서 충분히 근절될 수 있고 근절되어야만 했다.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의 저자들은 근대에 들어 후각 개념에 생긴 변화가 중산층 시민 계급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빈곤층의 타락이라는 관념이 악취와 연계되었다면, 귀족들의 타락이라는 관념은 과중한 향료의 사용이라는 후각적 표지와 연결되었고, 부르주아 중산층은 그 둘로부터 자신들을 구별할 표지로 무취를 내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취를 위한 노력은 공적인 차원과 사적인 차원 모두에서 전개되었다. 공적인 차원에서는 악취의 주범인 오물과 분뇨를 처리하기 위한 하수도 정비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적인 차원의 노력은 살냄새, 땀 냄새, 입 냄새와 같은 악취를 제거하는 데 집중되었다. ‘공중생활의 도덕’과 ‘개인 사교의 필요’가 그런 냄새를 제거해야 하는 명분으로 제시되었다. 신문의 ‘의학 상식’란에서는 입 냄새 문제를 다루면서 양치질과 치료에 힘쓰고 음식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땀 냄새 해결 방안으로는 정기적인 목욕과 치료가 제시되었고, 살냄새를 가리기 위해서는 향수 사용이 권장되었다. 당대의 어떤 글에서는 적절한 향수 사용법을 조선의 여인들을 미화시키는 ‘화장 운동’의 일환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지난 달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초등학교 2학년 제자의 뺨을 때려 경찰에 입건됐다. 제자가 칠판에 ‘아저씨 발 냄새나요’라고 낙서한 데 분개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분노의 원인이 ‘아저씨’ 때문인지 ‘발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김소월의 시 한 편을 알았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김소월은 〈진달래꽃〉에 수록된 ‘여자의 냄새’라는 작품에서 무취에 몰두했던 이들과는 전혀 다른 사유를 펼친다.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 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축업은 살과 옷 냄새.…(중략)…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무취를 위한 노력에 지쳤거나 냄새가 많은 축에 속한다면 시 전문을 찾아 읽어보기를 권한다. 김소월과 냄새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릴 것이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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