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편견에 맞선 그들, ‘성실왕’으로 우뚝 서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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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동아대병원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직원 김 모(23) 씨가 침대보를 교체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9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동아대병원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직원 김 모(23) 씨가 침대보를 교체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2명 이상의 몫을 해내는 지적장애인들이 있다.

올해 4월부터 4개월째 부산 동아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김 모(23) 씨. 그는 지적장애 3급이다. 김 씨는 병원에서 일명 ‘모범생’으로 통한다. 그는 시트를 가는 도중에도 연신 마스크를 갈아끼고 위생장갑을 교체한다. 김 씨는 “사람들이 치료받는 병원에서 일한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며 “그래서 위생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에는 현재 김 씨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45명의 직원이 2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다. 동아대병원은 2017년부터 장애인공단의 협조를 받아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장애인 45명 동아대병원 근무

피나는 노력으로 ‘당당한 직원’

“단순 보조 업무지만 자부심 느껴”

하지만 김 씨에게도 힘든 시간은 있었다. 김 씨가 주로 하는 일은 침대보와 커튼을 교체하거나 간호업무를 보조하는 단순한 업무다. 입사 초반 침대보 매듭을 묶지 못해 하루 평균 침대 5개도 갈지 못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김 씨는 집에서 수건으로 매듭을 묶는 피나는 연습을 한 결과 이제는 그 누구보다 일을 빨리 처리한다. 능숙함이 생기기까지는 병동 직원들과 환자들의 배려와 기다림이 있었다.

2년 가까이 일한 고참 선배도 있다. 마찬가지로 장애를 앓고 있는 권 씨(34)다. 업무를 소개하는 말투에서 노련함이 묻어난다. 권 씨는 “왜 커튼을 빨리 갈지 못하냐고 환자들이 타박을 줄 때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냥 웃고 넘길 만큼 환자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는 데 익숙해 졌다”고 말했다. 권 씨가 업무를 하는 도중, 한 환자가 권 씨가 입고 있는 노란 조끼의 의미를 물었다. 이들은 일반 직원과 구분되는 노란 조끼를 입고 근무한다. 의미를 알게 된 이 환자는 “조끼를 안 입고 있었으면 그냥 일반 직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너무 일을 잘한다”며 음료 뚜껑을 따 권 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장애인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동아대 이영순 수간호사는 직원들과 환자들의 기다림과 배려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고 말한다. 이 간호사는 “오히려 우리가 이분들께 성실함을 배우고 있다”며 “병원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좀 더 가르쳐주고 오래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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