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놀이’ 한다며 구타·복종 강요… 초등학교 ‘新학교폭력’ 논란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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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 2명이 같은 학교 학생 11명을 ‘회사 놀이’를 빙자해 구타하고 성기를 노출하게 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해 교육청과 해당 학교,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교육청과 해당 학교 측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A초등학교에서 학생 2명이 동급생 11명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막대기를 이용해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회장·사장 등으로 계급 나눠

학생 2명, 동급생 11명 대상

엎드려뻗쳐 시켜 엉덩이 때리고

바지 벗기는 등 가혹행위 벌여

부산교육청·경찰 조사 나서

내주 학폭대책자치위 열 계획

당시 13명의 학생들은 가해 학생 B 군의 제안으로 속칭 ‘회사놀이’를 하기로 하고 자신들의 계급을 회장, 사장 등으로 정했다. 이들이 정한 회사놀이에서는 낮은 계급은 높은 계급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회장으로 지정된 B 군은 자신보다 아래 계급인 C 군을 시켜 동급생 11명을 줄지어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때렸다. 이 같은 일은 지난 2일 이 학교 수업시간에 교사가 학생들 사이에서 회사놀이의 내용을 담은 쪽지가 오가는 것을 목격해 학생들을 조사하면서 확인됐다.

학교가 확인한 가해 학생들의 일탈은 폭행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회사놀이를 주도한 B 군은 자신보다 아래 계급으로 칭해지는 학생들에게 “나를 웃겨 봐라”고 한 뒤 자신의 바지를 벗어 성기를 노출했다. 이에 동급 학생들도 B 군을 따라 모두 바지를 벗었다. B군이 주도하자 모두가 암묵적인 회장의 지시로 받아들여 바지를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B 군뿐만 아니라 회사 놀이를 함께 했던 C 군이 놀이에 참가한 동료 학생들의 성기를 건드렸다는 내용의 피해 제보도 학교로 접수돼 학교 측은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학교는 B 군이 성기노출을 사실상 지시한 사실과 C 군이 동료 학생의 성기를 만졌다는 신고에 대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경찰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학교 측 조사에서 B 군은 “때리는 시늉만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성기 노출은 장난으로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들은 현재 격리조치돼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번 주까지 학생, 학부모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추가 학생 피해 여부를 확인해 다음 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 측이 사건을 뒤늦게 인지하고 벌이는 조사가 어느 정도의 사실 관계를 충실하게 밝힐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조사 초기 피해 학생들은 “그런 일이 없다”며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주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가해 상황이 중대한 만큼 추가 실태조사뿐 아니라 피해 학생 학부모의 요구사항 등을 반영한 행정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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