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집중력 없어 회사생활 힘든데… 혹시 ADHD?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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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A 씨는 직장을 수차례 옮겼다.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도 한두 가지 업무를 빠뜨리거나 지각이 잦아 상사에게 자주 지적을 받는다. 중요한 약속을 깜빡 잊기도 하고, 대화 도중 다른 생각을 하다가 대화 내용을 놓쳐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잦아지면서 자신감과 의욕이 저하된 A 씨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다.

성인ADHD, 전체 인구의 2~4%

아동기 ADHD 증상 남기도 하고

성인기에 새로 발생할 수도 있어

기분장애·불안장애·알코올 의존 등

성인 환자 80% 이상 정신질환 동반

약물치료, 보험 적용돼 부담 줄어

ADHD는 소아청소년 질환?

흔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소아 청소년 정신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DHD는 성인에게도 나타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성인 ADHD 환자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4%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고 있는 성인 ADHD 환자는 1%도 채 되지 않는다.

정태영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태영 원장은 “아직까지 성인 ADHD에 대한 질병 인식도가 낮으며, 이로 인해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과 대인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이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개인별 맞춤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태영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제공 정태영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제공

아동기 증상이 지속? 성인기에 새로 발생?

ADHD는 뇌의 전두엽 앞부분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전두엽은 집중과 충동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ADHD 환자는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보면 전두엽이 비활성화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DHD의 발병에는 신경생물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다양하게 작용한다. 성인 ADHD는 아동기에 증상이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있었지만 진단되지 않고 지내오다가 좀 더 집중이 요구되는 성인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아동기 ADHD를 겪은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성인기에도 그 증상이 계속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기에는 전형적인 증상인 주의력 저하(부주의), 충동성, 과잉행동 세 가지가 모두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일 때는 과잉행동은 줄어들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의력 저하와 충동성은 남아있어 직장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성인이 되어서 뒤늦게 ADHD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의 성인이 어린 시절에는 증상이 없다가 성인기에 새롭게 ADHD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성인기에 겪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발생된 것이라는 의학적 견해도 있다.

우울 불안장애, 중독 등 동반

성인 ADHD 환자의 80% 이상은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한다. 기분장애, 불안장애, 알코올 의존이나 도박 같은 중독질환에도 잘 빠진다. 간헐성 폭발장애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같은 행동 문제가 있는 정신질환이 자주 발견된다. 다른 정신질환을 치료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성인 ADHD를 진단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약물치료는 아동 ADHD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가장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약물치료를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안정된 생활이 가능해진다. 현재 국내에서 보험적용이 가능한 약물로 메틸페니데이트와 아토목세틴이 있다. 2년여 전부터 보험적용이 되면서 약값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약물치료 외에 부정적인 생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인지 재구조화, 감정조절훈련, 할 일 목록 만들기, 우선 순위 정하기 등의 훈련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정태영 원장은 “성인 ADHD는 우울, 불안, 알코올 의존과 같은 다른 정신적인 어려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동반질환에 대한 치료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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