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 차별' 더는 안 된다] 6. 강력한 환경 규제 - 네덜란드
江 주변 기업 새 화학물질 사용 때 신고 안하면 공장 폐쇄
네덜란드는 강 유역 기업들이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할 때마다 해당 물질에 대해 공개하는 제도를 확립해 취수원인 라인강을 보호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민들이 음수대에서 수돗물을 병에 담는 모습. 워너텟 정수장 제공
라인(Rhine)강. 중부 유럽 최대의 강인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발원해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를 거쳐 북해로 흘러들어 간다. 강 길이만 낙동강의 2.5배인 1320㎞에 이른다. 네덜란드는 라인강의 가장 하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낙동강의 끝자락에 있는 부산과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 라인강 중상류에도 공업·농업지대가 분포하고 있음에도, 라인강을 취수한 수돗물 음용비율은 60% 이상이다. 비결은 각종 화학물질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국경을 넘어선 상하류의 협력에 있다.
화학물 운송 관련 규정도 엄격히 적용
업체 역시 자체 정수처리시설 갖춰
화학 저장고 보유 업체는 댐 지어 대비
라인강 주변국 강 보호 위해 합심
핫라인 통해 실시간 정보 공유도
■투명한 화학물질 공개
“파이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료가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과 분명 다릅니다.”
5월 29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수자원국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미카엘 벤트펠센 정책관이 낙동강변의 기업들이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취급 중인 화학물질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강조한 말이다. 벤트펠센 정책관은 “새 물질을 개발했다면 특허를 통해 보호받을 일이지 취급 화학물질 공개가 영업기밀이라는 주장은 난센스다”고 잘라 말했다.
수돗물 원수의 70%를 라인강과 뮤즈강에 취수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기업들이 새로운 물질을 사용할 때마다 반드시 신고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네덜란드는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거나 공장을 폐쇄하고 있는데, 최근에도 미국계 기업이 프라이팬 코팅에 사용되는 물질 ‘테플론’을 신고하지 않아 많은 벌금을 내기도 했다. 테플론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의 상표명이며 유해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물질이다.
강 유역의 업체들 역시 자체적인 정수 처리시설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수자원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수자원국 직원들도 수시로 기업을 방문해 화학물질 사용을 점검한다. 선박이 지나는 수로로도 이용 중인 라인강에는 화학물 운송 관련 규정도 상당히 까다롭게 적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 저장고가 있는 업체의 경우 화학물질이 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별도의 댐을 지어 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벤트펠센 정책관은 “30~40년 전만 하더라도 라인강에서도 물고기가 죽어나갔지만, 강변의 산업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했다”면서도 “지금은 깨끗한 물로 되살려 물고기가 살고, 사람도 헤엄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경제적 가치보다 더 중요함을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선 협력
라인강도 낙동강과 마찬가지로 국가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환경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와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소금광산 분쟁이다. 프랑스의 소금광산에서 흘러나온 부산물이 라인강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네덜란드 수돗물에도 짠맛이 느껴진다는 민원이 빗발친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고, 법원은 네덜란드의 손을 들어줬다.
라인강 주변의 국가들은 이 같은 분쟁을 반면교사 삼아 다양한 협약을 체결하고 강을 보호하고 있다. 국가마다 라인강변에 감시센터를 마련해 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네덜란드는 아른험, 독일은 뒤셀도르프와 코블렌츠, 만하임, 프랑스는 스트라스부르, 스위스는 바젤에 감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상시적으로 강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각 국가 감시센터로 연결된 24시간 핫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체계도 구축된 상태다. 실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민 120만 명에게 매년 9000만t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워터넷 정수장’도 과거 독일에서 경고를 발령해 취수를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라인강 주변 국가의 노력으로 라인강 수질은 상당히 개선됐고,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배가 다니는 운하에서 취수한 수돗물을 신뢰하며 마신다. 심지어 2012년 9월 암스테르담-라인 운하에서 열린 한 자선행사 때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가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할 정도였다.
워터넷 정수장 직원 레온 코르스 씨는 “원수에 염소를 넣지 않아도 될 만큼 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무염소 수돗물 공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헤이그=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