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역내 항로 공급 과잉 중소 해운사 ‘내년 최대 고비’
국내 중소 선사들이 주로 운항하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역내 항로 해운 산업이 내년에 가장 큰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비해 해운재건을 목표로 기존에 정부가 추동해 설립된 한국해운연합을 민간 주도로 바꾸고, 선사간 서비스 협력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운연합, 경쟁력 제고 연구 용역
내년 경쟁 최고, 2022년께 회복 전망
황산화물 규제로 내년 비용 더 올라가
아시아 역내항로 운항 선사들 타격 커
“해운연합 민간 주도와 협력 강화 필요”
23일 한국해운연합(KSP)이 한국해운물류학회에 의뢰한 ‘국적선사 아시아 역내항로(인트라아시아) 경쟁력 제고 방안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배 규모와 교역량을 비교한 선복당 교역량은 내년이 623으로 가장 낮아 공급 과잉에 따른 해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2018~2019년은 657이었고, 2021년도 625로 보합세를 보이다 2022년에야 663으로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봤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로 기존 선박에 탈황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 현재 중유보다 50%이상 비싼 저유황유를 써야 한다. 인트라아시아 투입 선박들은 규모도 작고 선령도 오래 돼 어쩔 수 없이 저유황유를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저유황유 품질 안정성, 가격 유동성 등의 영향을 곧바로 받아 경영 안정성을 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주나 유럽을 주 시장으로 하는 글로벌 원양 선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는 인트라아시아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에선 인트라아시아 시장의 경쟁 격화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 연합체인 KSP를 설립하고, 항로 구조조정과 선사 통합 등에서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KSP에 대한 공통 인식이 부족하고, 정부가 추동한 협의 이후 업계 스스로의 협의가 지속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KSP 운영 방식을 민간 주도의 ‘KSP 2.0’으로 획기적으로 바꾸고, 정부는 정책 지원 방안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거버넌스 형태의 ‘해운재건 민관협력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KSP 2.0은 경영 전반에 대한 의제를 폭넓게 다루고, 상호 혜택을 추구하면서 환경 규제 등 미래 경영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선사가 보유한 자원 공유 체계 구축, 디지털 해운물류 플랫폼 공유, 미래 전략 수립·관리 역량 강화 등이 협력 대상이다. KSP 2.0이 필요로 하는 이런 사업에 대한 지원책을 공식 채널인 해운재건 민관협력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위원회가 구성되면 정부 정책을 입안하는 단계에서도 업계 의견을 원활하게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추진 체계를 구축한 뒤 다뤄야 할 핵심 현안으로 △원양·근해 선사 협력 △모항 터미널 전략적 대응 △저유황유 규제 대응 등을 꼽았다.
국적 원양선사가 인트라아시아 항로 전체 노선을 서비스할 수 없으므로 부족한 피더 서비스 수요를 파악해 KSP 선사들과 공유하는 서비스 설계·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해양수산부의 확고한 부산항 운영사 통합 정책에 대응해 부산항 북항 터미널 운영사 지분 참여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당장 내년부터 사용해야 하는 저유황유 수급·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해수부, 산업부, 선주협회, 석유협회 등과 저유황유 수급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