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손으로 성차별적 ‘교가’ 고쳤다

권상국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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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치를 통해 시대에 맞지 않던 교훈과 교가를 바꾼 사직여중 조지현(오른쪽) 학생회장과 윤서경 학생부회장. 사직여중 제공 학생 자치를 통해 시대에 맞지 않던 교훈과 교가를 바꾼 사직여중 조지현(오른쪽) 학생회장과 윤서경 학생부회장. 사직여중 제공

“교훈과 교가를 시대에 맞게 우리 손으로 고쳤어요!”

부산 동래구 사직여중이 양성평등 시대에 어울리지 않던 낡은 교훈과 교가를 학생의 힘으로 개선해 냈다.

슬기롭고 알뜰한 참여성→슬기롭고 따뜻한 참사람

사직여중 학생회 공약 실현 위해

학생·학부모·교사 논의·투표로

양성평등 시대 맞게 가사 개선


사직여중 학생회 조지현 회장은 올해 1월 ‘교훈과 교가를 시대에 맞게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 같은 공약을 내건 건 1977년 개교 당시 제정된 ‘슬기롭고 알뜰한 참여성’이라는 교훈과 교가의 가사 때문이다.

사직여중 학생회는 올 3월 전교 회의를 통해 교훈과 교가 가사 수정안을 공식적으로 발의했다. 그리고 찬반 투표 끝에 학생 90.7%, 학부모와 교사 100%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냈다. 그러자 학교 측은 ‘교훈 및 교가 재개정 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해당 문구를 대신할 새로운 교훈과 교가 가사에 대한 학생과 교사, 학부모 3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참여율이 저조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학생들은 교무실 옆 설치한 공모함에서 응모 용지가 모자라 수시로 채워 넣어야 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공모 끝에 새로운 교훈과 교가 가사로 ‘슬기롭고 따뜻한 참사람’이 선정됐다. 학생회와 함께 수정 작업을 진행한 사직여중 장병화 교사는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알뜰한’이라는 문구가 어디가 나쁘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학생들은 질색하더라”며 “시대가 달라지니 학생과 학부모의 시각 차이도 이렇게 커지는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조지현 회장은 “다 같은 사람인데 여성임을 강요하는 문구에 대해 사직여중 학생들의 문제 의식이 강했다”며 “어린 학생들의 변화 욕구도 무시하지 않고 수용해 준 사직여중 선생님들께 가장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서경 부회장도 “학생들 사이에서 ‘현모양처가 되라는 이야기냐’ ‘성차별적인 강박을 불러 일으킨다’ 등 반감이 상당했던 문구를 바꾸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생의 힘으로 기분 좋은 변화를 이뤄낸 사직여중은 개정된 교훈을 새롭게 게시물로 설치하고 변경된 교가도 2학기 공식행사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권상국 기자 edu@


권상국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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