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동남권 관문공항은 인천공항과 경쟁대상 아니다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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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최근 부·울·경 시도지사와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의 최종 검증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동남권 800만 주민의 염원인 제대로 된 관문공항 건설이 이제 총리실 검증에 달린 것이다. 사실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검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토부가 지난 2016년 6월 발표한 단 한 번의 결정을 제외하고는 7번의 검토결과 안전, 환경, 소음, 확장성 등에서 김해공항 확장은 부적합한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2002년 이후 부산시에서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2번의 검토뿐만 아니라 국토부에서 3회에 걸쳐 진행한 검토 역시 모두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에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경쟁했던 대구·경북조차도 정부의 김해신공항은 제2 관문공항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남권이 김해신공항 적정성을 국토부가 아닌 공정하고 객관적인 총리실 이관·검증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장애물은 수도권 중심의 일극주의 사고와 논리다. 이런 시각은 김해공항의 헬싱키 직항 노선 개설을 보도한 중앙언론 기사에 잘 나타난다. 헬싱키 노선 개설을 두고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 상충되는 결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집권 여당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정치적 언사도 스스럼없이 나왔다. 동남권의 오랜 숙원인 첫 번째 유럽행 장거리 노선에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지방이 무시되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수도권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아왔다. ‘지방에 무슨 관문공항이냐’는 식의 수도권 이기주의는 지금도 동남권 관문공항을 반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할 때 지방에서 단 한 번, 단 한 곳도 반대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동남권 주민들이 해외로 나갈 때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 낭비는 차치하고도 이 지역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제품을 운반하는 물류비도 엄청나게 들고 있다. 지방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이유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만일, 인천공항의 허브 위상이 이런 지방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면 정부의 로드맵을 다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인천공항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문공항이 최소 2개 이상인 복수 관문공항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본다. 항공수요는 정부의 예측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김해공항의 경우 정부의 예측보다 7년이나 앞서 국제선 연간 이용객 1000만 명을 지난해 달성했다. 중국과 인도 등 향후 여객·화물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국가 등의 여권 보유율이 10% 미만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항공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시사한다.

인천공항도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제4 활주로를 건설하고 있지만 여객수요 증가 추이를 감안하면 당장 제5 활주로를 건설해야 할 판이다. 공항이 포화되면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명백하다. ‘원-포트(인천공항) 정책’으로는 늘어나는 항공수요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 집중화 전략은 김포공항과의 공역 중첩에 따른 안전문제, 화물의 처리능력 저하 등 각종 혼잡에 따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또 인천공항과 지역의 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것도 거대공항으로 인한 문제점이다. 다수의 관문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현재도 지속적으로 공항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 2위 베이징국제공항을 보유한 중국은 올해 9월 4500만 명 처리능력의 다싱국제공항을 개장한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인천국제공항과의 경쟁이 아니라 상생의 길임을 밝히고 싶다. 동남권 관문공항의 명운이 총리실에 달린 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바란다.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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