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지친 시민들 “무더위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열대야가 이어진 7월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부터 31일 새벽 사이 부산의 최저기온이 26.2도를 기록해 나흘째 열대야를 이어갔다. 정종회 기자 jjh@ 열대야가 이어진 7월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부터 31일 새벽 사이 부산의 최저기온이 26.2도를 기록해 나흘째 열대야를 이어갔다. 정종회 기자 jjh@

“두껍아 두껍아 뭐하니~.”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20분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변. 6~7살 어린 아이들이 흙집을 쌓으며 소꿉놀이를 하다 파도가 치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사방으로 흩어졌다. 바로 뒤에서는 부모들이 시원한 바닷모래에 다리를 묻고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30일 해운대 야간 방문객 990명

야간 개장 첫날보다 배 이상 늘어

구남로 일대 야외 테라스 ‘텅텅’

“무조건 에어컨 나오는 실내로”

시민공원도 야간 피서객 ‘북적’

“나무 많아서 그나마 시원하다”

이날 해운대 해변에는 26도를 웃도는 열대야에 관광객, 주민 등 수많은 인파가 몰려 ‘꿉꿉한 더위’를 달랬다. 특히 30일 밤은 올해 부산에서 열대야가 처음 관측된 27일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5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바지에 땀이 찼고,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어도 주변 열기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채와 휴대용 선풍기를 동원해도 더위가 가시지 않자, 사람들은 파도와 맞닿은 해변으로 몰려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부산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30일 해운대 해수욕장 야간개장 방문객은 990명가량이다. 야간개장 첫날이던 26일 415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 주말인 28일 밤 1285명을 기록한 뒤, 1000명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집계된 수치는 200m 구간에 불과하며, 호안도로 위쪽이나 구남로, 푸드트럭 존 등을 합치면 사실상 10배는 더 많은 사람이 몰렸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밤까지 계속된 무더위에 구남로 일대 야외테라스는 텅텅 비었다. 몇몇 유명 술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관광객이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식당이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몰렸다. 관광객 이 모(32·북구 화명동) 씨는 “해변도 바다와 가까운 쪽 아니면 시원한 바람이 불지도 않는 날씨”라며 “구남로에도 습하고 더운 바람이 불어 그냥 친구들과 식당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바닷가뿐 아니라 도심 속 공원도 열대야를 피해 집 밖으로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부산시민공원에는 야간 산책을 즐기러 애완견과 함께 나온 연인부터, 돗자리에 앉아 수다를 떠는 가족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모습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공원에 왔다는 주민 최 모(43·부산진구 부전동) 씨는 “요새는 해가 져도 더워서 바람이나 쐬자는 생각에 시민공원에 나왔다”며 “공원 내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바람도 적당히 불고 운동도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기상청은 다음 주까지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탓에 오는 7일까지는 부산지역 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구름이 많이 끼거나 소나기가 내릴 경우 더 이르게 열대야 현상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이상배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