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피폭 피아노, 부산을 울리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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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한 피스보트 오션드림호에서 열린 ‘피스보트 피폭 피아노 콘서트’에서 재일동포 3세 피아니스트 최선애 씨가 쇼팽의 환상즉흥곡을 연주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0일 오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한 피스보트 오션드림호에서 열린 ‘피스보트 피폭 피아노 콘서트’에서 재일동포 3세 피아니스트 최선애 씨가 쇼팽의 환상즉흥곡을 연주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원자폭탄 파편의 흉터가 곳곳에 남은, 낡은 피아노 한 대가 부산을 찾았다. 일명 ‘히로시마 피폭 피아노’가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日교류단체 ‘피스보트’ 콘서트

‘비핵화·평화’ 연주하던 피아노

배로 공수, 한국서 첫 해외공연

피폭 피해자 “위안 받아” 눈물

“한·일 국가적 대립 뛰어넘길”

일본 국제교류단체인 피스보트는 지난 10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한 피스보트(오션드림호)에서 ‘히로시마 피폭 피아노, 한국 원폭피해자를 만나다’ 콘서트를 열었다. 이 콘서트에는 부산·합천 지역의 원폭 피해자 40여 명과 부산시민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연주된 히로시마 피폭 피아노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1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가와모토 아키코 씨의 피아노다. 전문가 손길로 복원된 이 피아노는 비핵화와 평화교육 목적으로 일본 곳곳에서 연주되고 있다.

피폭 피아노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스보트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기인 지난 6일 히로시마에서 이 피아노를 배에 실어 가고시마, 나가사키를 거쳐 부산으로 왔다.

피스보트의 가와사키 아키라 공동대표는 “이번 공연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상처 입고, 원폭으로 더 큰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에게 위안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한·일 관계가 긴장 상태에 놓여 있지만, 피폭 피아노를 통해 국가주의적 대립을 뛰어넘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재일 동포 3세 피아니스트 최선애 씨의 피아노 연주와 일본인 배우 사이토 도모코 씨의 시 낭독, ‘흉터의 꽃’ 저자 김옥숙 작가의 시 낭독으로 진행됐다.

‘아리랑’ 연주가 흘러나오자 한정순 전 원폭 2세 환우회 회장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 전 회장은 “같은 처지인 ‘피폭 피아노’를 보면서 잠시나마 위안을 받았다”며 “원폭 피해자들은 대를 잇는 방사능 피해로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민간 교류를 통해 이 문제를 계속 다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규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이 있을 때, 과거사를 딛고 미래의 평화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 오후 6시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는 ‘제3차 아베 규탄 부산시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500여 명(주최 추산)의 시민들은 일본영사관 주변을 행진하며, 일본 정부와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서유리 기자 yool@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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