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 전면전] 정부와 반대로 가는 日 기업들, 삼성에 러브콜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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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일본산 220여 개 반도체 소재에 대해 1년 내로 국산화 내지 제3국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6일 충남지역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일본산 220여 개 반도체 소재에 대해 1년 내로 국산화 내지 제3국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6일 충남지역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일본이 지난달 4일 반도체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여 만에 대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주고객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소재 국산화 등을 막기 위해 이젠 원료공정이 포함된 제품의 한국 내지 중국 생산까지 검토해 가며 한국기업 잡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고자세를 보였던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수출규제 실패를 인정하면서 신중론을 펴는 모양새다.

日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한 달

日 업체들 “원료공정 포함된 제품

韓·中에서 생산” 발등에 불

日 내부서 정부 정책 비난론 대두

11일 일본 경제전문 매체 ‘닛케이 아시안 리뷰’ 보도에 따르면 삼성 간부 출신인 한양대 박재근(반도체공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삼성전자는 수출 규제 3개 소재 가운데 하나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이미 벨기에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벨기에 공급업체를 일본 기업 JSR와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2016년 설립한 합작법인 EUV레지스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8일 삼성전자용 포토레지스트 수출건에 대해 한 달여 만에 승인했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도 벨기에산의 삼성전자 공급 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 반도체 소재 업체들이 “한국과 중국에서 원료공정이 포함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뜻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 보도에서도 고순도불화수소 제조업체인 모리타화학공업이 올해 말부터 중국 공장에서 이를 생산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곳 생산품을 삼성전자의 중국공장이나 중국의 반도체회사 등에 납품하고 요청이 있으면 한국에도 출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 TOK도 수출규제 대상이 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조만간 한국 내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 달 전 일본을 찾았을 때만해도 이들 기업은 일본 정부를 의식해 우회생산을 통한 제품 출하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1년 내로 반도체 공정의 일본산 제품을 전부 국산이나 제3국산으로 대체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일본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내에서도 수출규제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여행 자제, 국산화 등으로 일본 기업이나 지자체의 피해도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내에선 한국이 북한과 함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등을 이유로 내년 도쿄올림픽까지 보이콧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수출규제를 단행했다는 비난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만 같았던 일본의 수출규제가 1개월 만에 반전된 데는 우리 정부의 역할보다는 삼성 등 기업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민간 차원 불매운동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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