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적조 없는 여름 양식업계 “이대로만 간다면…”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해와 달리 적조·고수온 피해가 없어 평온한 통영시 산양읍에 있는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지난해와 달리 적조·고수온 피해가 없어 평온한 통영시 산양읍에 있는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땐데, 이대로라면 괜찮을 듯합니다.” 12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지선에 자리 잡은 가두리 양식장. 무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인 덕분인지 뙤약볕이 내리쬐는 바다 위 양식장에서도 웬만큼 버틸 만하다. 수온계엔 영상 26도가 찍힌다. 눈 뜨면 죽어나가는 물고기 탓에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상하리 만큼 평온하다. 어장주 정황훈 씨는 “청수대로 인해 최근까지 22~23도를 유지하다 태풍 이후 조금씩 오르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늦은 장마·연이은 태풍 효과

“가을 적조만 안 생겼으면…”

경남지역 수산물 양식업계가 모처럼 ‘불청객’ 없는 여름을 맞고 있다. 불볕더위는 물러날 때가 됐는데, 우려했던 적조나 고수온은 발생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1년 이후 꼬박 8년 만에 떼죽음 피해 없이 여름을 날 수 있다. 반면, 가을 적조 발생 가능성은 여전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2일 현재 경남 남해안 수온이 연안 27도, 외해 24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평년대비 1도 이상 낮은 수준이다. 늦은 장마와 연이은 태풍 상륙으로 바닷물이 데워지지 않은 탓이다. 때문에 전국 연안에 고수온 특보가 발령된 지난달 29일 이후, 지금까지 ‘관심’단계에 머물고 있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 상승이 예상될 때 관심으로 시작해 28도를 넘어서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주의보가 3일 이상 지속되면 경보로 격상된다. 양식 어류의 경우, 한계 수온은 넘어서는 경보 환경에 2~3일 노출되면 폐사로 이어진다. 그러나 앞으로 바다 수온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폭염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낮은 만큼, 사실상 고수온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적조도 마찬가지. 양식 어류 폐사를 유발하는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규조류에 밀려 명암도 못 내밀 처지다. 최근 연이은 장마와 태풍으로 육지의 영양염이 다량 공급되면서 규조류가 연안을 잠식했다. 규조류는 바다 생물에 무해한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굴 같은 패류의 먹이가 된다. 반대로 코클로디니움에겐 성장 억제 성분을 분비하는 천적이나 다름없다. 규조류가 소멸해야 적조 번식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온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례적인 가을 적조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2012년, 10월 발생한 적조에 양식 어류 72만 마리가 폐사했다. 수과원 임월애 박사는 “일단은 규조류가 없어져야 종의 천이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코클로디니움 번식)적정수온은 24~26도지만 20도 전후에도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규조류 사체를 먹이로 급속히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방심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 남해안에선 조피볼락(우럭), 참돔, 숭어 등 2억 8000만여 마리의 양식 어류를 사육 중이다. 이 중 통영이 1억 7000만여 마리로 가장 많다. 적조는 피해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 마리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폐사 피해를 남겼다. 그러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발생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도 2만 5000마리로 미미했다. 대신 고수온으로 3년간 1720만여 마리가 떼죽음해 어민들에게 적조 못지않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