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도 예술이다, 나무로 만든 가장 안락한 디자인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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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웨이브’ 하이라이트] 1. 자작나무 향기 짙은 명품의자

‘핀란드 웨이브’ 전시장에 알바 알토의 ‘파이미오 체어’를 시작으로 일마리 타피오바라, 안티 누르메스니에미 등이 제작한 의자들이 진열되어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핀란드 웨이브’ 전시장에 알바 알토의 ‘파이미오 체어’를 시작으로 일마리 타피오바라, 안티 누르메스니에미 등이 제작한 의자들이 진열되어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스칸디나비아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핀란드 웨이브(Finnish aalto)'전이 부산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11월 26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세계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핀란드 작가 24명의 대표작 150점을 선보인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의자 디자인' '현대 미술' '사진 예술' 등 세 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부산시립미술관 ‘핀란드 웨이브’

11월 26일까지 작품 150점 선봬

20세기 가구 디자인의 아이콘

알바 알토의 ‘파이미오 체어’

인간공학적 가구디자인 추구

쿡카푸로의 ‘카루셀리 체어’ 등

북유럽 디자인 정수 한자리

핀란드의 자작나무 숲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다. 그 숲속 나무들이 목재로 변해 집이 되고, 가구가 된다. 금강송이 한옥과 그 안의 장롱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핀란드인들은 자작나무를 이용한 건축술과 의자 디자인을 예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사조에서 흔히 사용하던 철을 소재로 선택하기보다 아름다움과 내구성을 함께 갖춘 천연 재료 목재에 집중했던 것이다.

이처럼 자작나무의 낭만적 가치가 가득한 핀란드의 가구 디자인은 1930년대에 알바 알토가 세계적인 호평을 얻으면서 명성을 쌓아나간다. 그가 만든 ‘파이미오 체어’는 20세기 가구 디자인의 아이콘이라 불린다. 의자는 인체공학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단순한 생활 도구를 넘어선다. 인체에 대한 연구와 소재 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자 디자인이 끊임없이 변하는 이유다. 알바 알토의 ‘파이미오 체어’는 의자 디자인의 전범(典範)으로 통한다. 알토는 유로화 도입 이전 사용했던 화폐에 옆얼굴이 새겨질 정도로 핀란드에서 영웅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원래 유명한 건축가인 알토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 사용할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면서 의자 역사에서 신기원이 된 명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핀란드 가구 디자인은 알바 알토를 ‘비조(鼻祖)’로 화려하게 맥을 이어나간다. 후대의 디자이너들이 알토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발전시켰다. 역사적인 가구 디자이너로 불리는 일마리 타피오바라도 그중 한 명이다. 타피오바라의 디자인은 ‘전체를 위한 일부’를 지향하며 주위 환경과 건축에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이 특징. 그는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테크닉과 실용적 감각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보여 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타피오바라는 나사나 못이 없이 지역에서 생산된 나무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간단한 군대용, 현장용 가구를 생산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도무스 체어’가 꼽힌다.

안티 누르메스니에미도 알바 알토처럼 디자이너로서 사회공유 책임의 개념에 충실했던 작가이다. 누르메스니에미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2년 그가 헬싱키 팔라스 호텔에서 일하던 당시 만든 ‘사우나 체어’는 그의 대표적인 디자인 제품이다. 그로부터 4년 후 자신의 회사를 세우며 만든 키친웨어 시리즈 중 ‘커피 포트’는 현재까지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에에로 아르니오는 핀란드 의자 디자인을 철학을 한 단계 발전시킨 인물이다. 아르니오는 1960년대부터 플라스틱과 파이버글라스 등을 활용해 실험적인 시도를 한 가구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그도 다른 디자이너처럼 천연 재료를 사용하였으나, 기존 디자인 제품이 지닌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소재인 파이버글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그의 가구가 특별한 이유는 196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대중문화를 반영했다는 점. 유기적인 형태와 실험적인 색상의 적용은 당시 대중문화가 지닌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위르여 쿡카푸로의 ‘카루셀리 체어’. 위르여 쿡카푸로의 ‘카루셀리 체어’.

또 한 명의 걸출한 작가인 위르여 쿡카푸로는 인간공학적 가구 디자인을 추구했다. 기능성과 미학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목표로 한 그의 디자인은 무엇보다 가구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쿡카푸로는 평소 “앉기에 좋지 않은 의자를 디자인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고 한다. 가구 디자인에 대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파이버글라스와 가죽으로 만든 ‘카루셀리 체어’는 혁신적인 단일 형태의 가구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1974년 〈뉴욕타임스〉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의자’로 선정되었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국제기획전에서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인 다양한 의자를 감상할 수 있다”며 “사람의 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의자의 예술성과 기능성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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