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4) 한국 페미니즘미술의 대모 윤석남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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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남(1939~ )은 만주 태생으로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작가의 여성주의 시각은 어릴 적 어려운 환경에서 여섯 남매를 평온함으로 감싸 안은 홀어머니를 통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자기 어머니의 여성상을 존경하는 하나의 인간상으로 가슴에 담았던 것이다. 어머니와 할머니, 역사 속의 여성, 여성 예술가들을 소재로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표현 방식에서 생겨난 작가만의 조형 언어는 한국의 페미니즘 작가를 넘어 세계미술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성, 특히 어머니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작품이 많다. 나무 위 채색을 주요 기법으로 표현하며 전통적인 채색 기법을 익히고 활용함으로써, 정통성과 보존을 위한 안정감을 더한다. 그러나 기존의 나무 색깔이나 외형에 인위적인 변형을 많이 가하지 않고 결이나 형, 나무의 특성을 살려 융화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나무의 평면 위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다수의 조각으로 공간 위에 재구성해 입체화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여인’(사진)은 문짝을 이용해 그 위에 여인의 형상을 그린 나무판을 붙인 작품이다. 뒤로는 나풀거리는 파스텔 톤의 푸른색 풀잎 형상의 나무판이 붙어 전체 형상을 구성하고 있다. 나무판이라는 입체와 그 위에 형상을 그리고 채색하는 작업을 통해 입체적이면서도 평면적인 재료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다. 짧은 머리에 귀걸이를 한 젊은 여인의 표정이 전체 조형과 잘 어우러져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색채와 함께 회화적인 입체, 입체적인 회화의 특유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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