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항만물류산업의 위기와 기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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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림 동아대 교수·해양수산부 4차산업위원장

‘4차 산업혁명’은 최근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용어 중의 하나이다. 1세대 증기기관, 2세대 전기, 3세대 자동화 및 IT 기술이 산업혁명을 주도하였듯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첨단 디지털 신기술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다. GDP 대비 수출입 비중이 84%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항만물류 산업은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이다. 그런데 항만물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점점 뒤처지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 항만물동량이 전 세계 6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항만 생산성은 16위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각국 스마트 항만 구축 위한 노력 경주

부산항 4차 산업혁명 지원책 수립해

정부·지자체, 생태계 구축 역할 나서야

새 기술·비즈니스 창출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신기술은 우리나라 항만물류 산업이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재도약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신기술은 항만의 생산성을 제고시킬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과 활용을 통하여 새로운 비즈니스와 산업까지 창출한다. 이미 선진 항만들은 디지털, 정보연계로 대표되는 스마트 항만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싱가포르 항만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자동 선박 운항 감시, 위반행위 분석, 불법 벙커링, 미허가 선박 출입 감시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함부르크 항만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해운·항만·내륙 물류 정보를 연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선박 트럭 사람 크레인 교각 교통 등 항만 관련 모든 자원이 상호 연계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LA 항만은 터미널 운영자·트럭 운전자·화물열차 운전자·공급자 등 다양한 관계자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덕분에 입항 2주 전에 화물 데이터를 공유하며 업무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남아공 더반항은 항만 정체 최소화, 트럭 대기시간 감소를 위한 드론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항만 구역을 모니터링하고, 선박이 항만에 안전하게 접안하도록 지원한다.

선진 항만들이 이미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경쟁력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항만은 변화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 KMI의 연구는 선진항만 대비 우리나라의 스마트 항만 준비 수준이 5점 만점에 2점대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항만물류산업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2030년경에는 선진 항만과의 격차가 심화되어, 일부 부문에서는 50% 수준도 되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항만물류 산업에서 기회이자 글로별 경쟁에서 밀려나는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 항만물류 산업이 새로운 경쟁력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비즈니스 활성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은 어렵고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민간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시킬 수 있다. 신기술이 산업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드론 활용의 제약과 같이, 앞선 기술을 가지고도 각종 제약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구축한 플랫폼과 생태계에서 민간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이를 신속하게 산업에 적용한다면, 새로운 경쟁력과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은 혁신 주기와 파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신속하게 유관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이 신기술 개발과 적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과 지원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팩토리 보급사업과 같이 해양수산부에서도 항만물류산업에 새로운 경쟁력과 가치를 가져다줄 디지털 신기술 개발, 기업 활용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신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인가, 위협 요인이 될 것인가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각자의 이해보다는 항만물류산업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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