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주의 맛있는 인터뷰] 환자 최우선 예술 경영 강동완 웰니스병원 원장
“13년째 병원서 클래식 공연, 환자들에게 음악은 마음의 약”
10여 년째 매주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는 강동완 웰니스병원 원장은 “마음과 몸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통해 환자들이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음악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원태 선임기자 wkang@
토요일 오전 10시 부산 연제구 반송로 52 웰니스병원(병원장 강동완) 1층 로비에 음악이 울려 퍼진다. 그랜드 피아노의 육중한 소리가 로비를 가득 채울 때 바이올린과 첼로의 감미로운 선율이 공간의 여백을 파고들며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3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뜨거운 박수로 환호한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환자들도 눈에 띈다.
"2007년부터 매주 토요일 ‘작은 음악회’
어느덧 630회 ‘환자 최우선’ 가치 실현
퇴원 환자 등 자발적 공연 참석하기도
특별 후원 ‘웰니스 클래식’ 올해 10회째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
클래식 음악 들으면 영혼이 맑아져
매월 2회 온천천서 무료 의료봉사
제3세계 어린이 위한 성금 전달도
말기암 환자 돕는 의료시스템 구축
치매 음악 치료 병원도 만들고 싶어"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웰니스 작은 음악회’. 지난 2007년 시작한 이 음악회는 지금까지 한 주도 쉬지 않고 달려 왔다. 벌써 630회를 넘겼다. 이뿐이 아니다. 웰니스병원은 오는 29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제10회 ‘웰니스 클래식’을 무대에 올린다. 부산문화(대표 박흥주)가 주최하지만 경비는 특별후원사인 웰니스병원 몫이다. 2009년 시작된 이 음악회는 이제 부산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웰니스 작은 음악회 장면.
강 원장을 병원 원장실에서 만나 ‘예술 경영’에 대해 들어 봤다. 그는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음악은 심신이 아픈 사람들에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믿고 꾸준히 음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웰니스 클래식’이 벌써 10회째를 맞이했는데, 이번 공연의 주제는 뭔가?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무대에 올린다. 1부에는 홍성택이 지휘하는 ㈔부산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루스란과 루드밀라’ 서곡 연주를 시작으로 첼리스트 정지은의 ‘라흐마니노프의 보칼제’ 연주가 이어지고 소프라노 김아름이 오페라 노르마 중 대표적인 ‘아리아 casta diva 정결한 여신이여’와 김연준의 ‘청산에 살리라’를 노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리가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 연주로 마무리한다 2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재홍의 협연으로 ‘불멸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클래식이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귀에 익은 음악으로 준비했다.”
강 원장은 “클래식 음악은 영혼의 호흡이다.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 보내는 호흡처럼,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영혼이 맑아진다”며 클래식 예찬론을 폈다.
-10회까지 오는 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을 텐데.
“어떤 때는 관객이 꽉 차고 어떤 때는 객석이 텅 비는 경험을 하면서 뭔가 깨달은 바가 있다. 연주자와 곡 중 과연 어느 것이 더 관객을 끌어들이는 소구력이 있을까? 우리의 결론은 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주자가 슈퍼스타급이 아닌 이상 연주자를 내세워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지난해에는 평범한 연주자에 베토벤을 앞세웠는데, 만석을 했다. 베토벤이란 검증된 작곡가를 내세우고 홍보를 열심히 한 게 성공 요인이었다. 그래서 올해도 베토벤을 내세웠다.”
-웰니스 클래식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우연히 기사에서 봤는데, 일본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날 백화점에서 베토벤 공연을 한다는 것을 알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시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제공함으로써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조금이나마 높이고 싶었다.”
-1~5회까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 공연이 주무대가 아니었나?
“그렇다. 그때 오주영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20대 초반의 촉망 받는 연주자였는데, 큰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었다. 금전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유망한 젊은 연주자를 키워주자는 생각에 그를 연속으로 초청했다.”
13살 때 세계 콩쿠르에서 우승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은 웰니스 음악회를 기반으로 뉴욕 필하모닉 종신단원이 되어 연주자로서의 안정된 기반을 마련했다. 오주영 아버지는 강 원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여러 통 보내왔다고 한다.
웰니스 클래식에는 병원을 거쳐간 환자들에게 무료 티켓이 지급된다. 병원 측은 리스트에 있는 4000여 명에게 우선 편지를 보내 프로그램을 안내한 뒤 공연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입장권을 지급하고 있다.
-2007년부터 매주 토요일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3년째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음악회를 열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 마음과 몸은 하나라는 생각에서 몸이 아픈 사람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면 좀 빨리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시작하게 됐다. 우리 병원의 비전이 ‘환자가 웃으며 나가는 병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 ‘환자 최우선’에 핵심가치를 두고 있다. 음악회도 환자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강 원장은 작은 음악회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출연해 준 ‘웰니스 트리오’(피아니스트 남현숙, 바이올리니스트 강상경, 첼리스트 심지현) 공이 크다며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음악회가 알려지면서 자발적으로 무대에 서겠다는 문의도 줄을 잇는다고?
“퇴원한 목사님의 하모니카 연주, 퇴원한 환자 딸의 피아노 독주, 실버합창단 합창 등 자발적인 연주가 음악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음악회를 보러 오는 경우도 흔하다. 경품도 푸짐하게 지급된다.”
웰니스병원을 잠시만 둘러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함을 알 수 있다. 로비에 그랜드 피아노가 떡하니 놓여 있는 가운데 복도와 계단, 병실 등에 명화와 다양한 그림, 사진이 걸려 있기 때문. 현재 60여 점이 전시돼 있어 마치 화랑을 연상시킨다. 이런 것들도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웰니스병원 경영 이념의 산물이다.
강동완 원장이 해외에서 봉사하는 모습.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
“개원 후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월 둘째·넷째주 토요일 온천천에서 무료 의료봉사를 했었다. 지금은 관련 규정이 바뀌어 중단했다. 또 매년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연제구청과 협의하여 매달 어려운 가구를 선정해 집수리와 대청소도 하고 있다. ‘컴패션’ 홍보이사 병원으로서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아쉬움이 많다. 우리처럼 중소병원에서 매년 1억 원 이상 출연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음악의 사회·문화적 기능을 알기에 멈출 수가 없다. 큰 기업들이 좀 나서 줬으면 좋겠다. 예컨대 우리를 제외하고 11개 업체가 매년 5000만~1억 원만 쓴다고 가정하면 부산 시민들은 매달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출연하는 고품격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가진다.”
-부산의 클래식 음악 기반은 어떤가?
“아주 열악하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인구 350만 부산에 제대로 된 상설 민간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공부한 독일 북쪽의 뷔르츠부르크에는 인구가 13만 명에 불과한데도 오페라 합창단, 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등 다양한 예술단이 운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로서 소망이 있다면?
“곧 개원 20년이 된다. 말기암 환자들로 하여금 임종 3개월 전부터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삶을 마감할 때, 다정하게 이별을 할 수 있고,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돌아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깜깜한 중환자실 대신 밝은 침실에서 가족들에 둘러싸여 서로 손을 잡고 떠나고 떠나보낼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치매환자들이 농사를 짓고 원예·음악·그림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병원도 만들고 싶다. 그들은 성인이다. 어린아이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농담을 잘 하던 강 원장은 이 대목에서 숙연해졌다. 그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윤현주 선임기자 hohoy@busan.com
먼 길 돌아온 늦깎이 의사, 선진 의료 눈뜨다
강동완 원장은 늦깎이 의사다. 그는 처음에는 공학도였다. 경희대 건축학과에 입학한 것.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다가 복학했는데, 중간고사를 치고 보니 낙제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예비고사를 다시 쳐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다. 인제대에서 3년간(본과 1학년) 공부한 그는 돌연 독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9개월간 어학 코스를 다닌 후 대학에 응시했으며 뷔르츠부르크 국립의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6년간 공부하고 귀국, 다시 시험을 쳐 의사 자격증을 땄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온 셈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좋아했다는 강 원장. 먼 길을 돈 게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독일 선진 의료시스템에 일찍 눈을 떴고 병원 경영에 음악 등 예술을 접목시킴으로써 독특한 경영 수완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삼성여고와 부속 고아원, 삼성중을 운영하는 삼성학관의 강성봉 이사장이 그의 친형이다.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