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작은 박물관-④ 부산 장난감 박물관] 김태유 관장 "나의 장난감 스토리, 한 번 들어보실래요?"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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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이스토리'가 애니메이션 세상이라면, 저는 실물로 장난감 세계를 만듭니다."

'부산 장난감 박물관' 김태유 관장의 장난감 수집 사랑은 남다르다. 오래된 장난감은 20여 년 전부터 모으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수집하게 된 시기도 10년은 더 됐다. 지금까지 모은 장난감만 해도 대략 5만 점 이상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 못골시장 인근의 한 건물. 250여 평을 가득 채운 전시 공간에는 개성 가득하고 기상천외한 장난감이 수두룩하다. 무선 조종 RC 보트부터, 오르골, 목제 완구, 증기 기관차, 토이 자동차, 보드 게임, 전투기 등 종류도 수백 가지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장난감은 전체 소장품의 10~15% 수준에 불과하단다. 나머지는 모두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소장품을 모두 전시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2~3배 큰 공간이 필요하다니 어마어마한 양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산 장난감 박물관'은 기존의 장난감 박물관과는 다른 특색이 있다. 바로 장난감이 움직인다는 사실. 김 관장은 "움직이는 장난감은 흥미를 유발시키고,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수집적인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움직임이 없는 장난감, 고장 난 장난감을 직접 개조하기도 하는데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아 희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보통 '장난감을 좀 모아봤다'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박물관까지 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단순히 수집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김 관장은 "장난감은 조형과 색채, 디자인, 음향, 움직임, 과학적 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문화적 산물이다. 하지만 이내 쉽게 버려진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크고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보관만 하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전시를 하게 됐다"고 개관 이유를 설명했다. 시간과 추억을 차곡차곡 모으다보니 혼자 즐기던 즐거움을 어느새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관장이 처음 수집했던 장난감은 증기기관 자동차다. 스팀 보일러에 열을 가해 수증기를 만들어 움직이게 하는 자동차였는데, 그 장난감을 보곤 매료되어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난감은 주로 해외 직구, 경매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다.

신경과 의사이기도 한 김태유 관장은 환자들의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치료용 장난감을 사용하다가 장난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한다. 대연동에서 윌리스요양병원을 운영 중인데, 실제로 치료를 해보면 환자들이 재미있어 하고 인지적 기능도 많이 개선되는 느낌들을 받는다고 전했다.

김 관장은 "장난감의 기계적인 부분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사람들이 보고 호기심을 가진다"며 "한 단계 더 집중해 원리 등을 추구하는 부분이 인지장애를 가진 분들한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방문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김 관장은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손자'를 떠올렸다. 어린 꼬마가 자신이 만든 박물관을 열두 번도 더 돌면서 꼼꼼하게 관람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내가 박물관을 만든 이유지"라고 혼자 뿌듯해 했다고.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김 관장은 "어린 친구들의 기억 속에 내가 모은 장난감이 행복의 요소로 담길 것을 생각하니 만족스럽다"고 웃어 보였다. 단순히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원리와 과학적인 지식을 넓힐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몇 살까지 장난감을 모을 계획이냐는 질문에 "요즘은 한 달에 몇 개 정도만 구입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언가에 통달한 사람의 대답처럼 한층 여유가 느껴진다.

더 이상 새로운 장난감이 많지 않다는 김 관장은, 앞으로 신규 구입보다 소장품을 잘 꾸미고 예쁘게 만들어 가치를 높이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둘 생각이다.

전시품 하나하나마다 제품개발, 부품제작, 조립, 운송 판매 등의 과정에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전시품들은 저마다의 인연을 거쳐 박물관에 모이고 전시되고 있는데, 수백 명의 손길이 닿아있는 전시품들이라 노력의 결실과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수집 단계를 넘어 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으리라. 그의 장난감 사랑을 응원한다.


오는 방법 및 주변정보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못골역에서 내려 도보로 700m 정도를 걸어야 한다. 박물관 주변에는 부산공업고등학교가 있다. 특히 박물관은 건물 외관만 봐도 "내가 장난감 박물관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 쉽게 알아 차릴 수 있다. 관람은 예약제이며, 수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운영한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

영상=김강현PD gangdoo@busan.com

인터랙티브 디자인=이민경 부산닷컴 기자 loo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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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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