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코앞 맴도는 적조… 어민들 사투
적조 경보가 발령된 경남 남해안에서 황토를 실은 선박들이 가두리양식장 주변에 몰려온 적조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 제공
가을의 길목에 찾아온 때늦은 ‘여름 불청객’ 적조가 어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쪽빛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당장이라도 양식장을 덮칠 듯 밀려오더니 어찌 된 영문인지 코앞에서 맴돌고 있다. 다행히 남해군 앞바다 떼죽음 이후 우려했던 대규모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를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아 어민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 채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남해안 전역 일주일 넘게 ‘경보’
가용 선박·인력·장비 총동원
대규모 추가 피해 우려 초비상
16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8일을 기해 경남 남해안 전역으로 확대된 ‘적조 경보’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적조 특보는 어류 폐사를 유발하는 코콜로디니움 개체 수가 1㎖ 당 10개체 일 때 출현주의보로 시작해 100개체/㎖를 넘으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1000개체/㎖ 이상으로 증가하면 마지막 경보로 격상된다.
적조의 기세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했던 제13호 태풍 링링이 서해 쪽으로 치우쳐 북상하면서 전남 앞바다에 있던 적조가 경남 연안으로 밀려와 기존 적조와 규합해 세력을 키운 탓이다. 예상치 못한 적조의 습격으로 하루 만에 183만여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했다. 특히 전남과 맞닿은 남해군 앞바다에서만 참돔 등 174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이후 최고 1만 2000개체/㎖의 고밀도로 집적된 적조 띠는 고성을 넘어 경남권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 앞바다까지 몰려왔다. 경남 연안에서 사육 중인 양식 어류는 총 2억 8000만여 마리. 이 중 절반 이상인 1억 7000만여 마리가 통영 해역에 있다.
적조 경보가 발령된 경남 남해안에서 황토를 실은 선박들이 가두리양식장 주변에 몰려온 적조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검붉은 적조 띠가 양식장 목전까지 닿자 비상이 걸린 지자체와 어민들은 적조 유입을 막기 위해 가용한 선박과 인원, 장비를 총동원해 방제에 나섰다. 지금까지 투입된 물량만 선박 180여 척, 인원 300여 명. 이를 통해 황토 725t을 살포했다. 황토는 점액질 성분인 적조 생물 코클로니디움을 포착해 바다 밑으로 가라앉힌다.
덕분에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접수된 통영 산양읍 양식장 쥐치 3만여 마리를 제외하면 최근까지 주목할 만한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통영시 관계자는 “주둥이와 아가미가 작은 쥐치는 어민들 사이에 ‘적조가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적조에 취약한 어종”이라며 “적조 발생 추이나 정도에 비하면 추가 피해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실제로 가두리양식장이 밀집한 통영 산양과 한산 주변 해역에는 여전히 최고 5200개체/㎖의 고밀도 적조가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고성과 남해 연안에서도 최고 1600개체/㎖인 적조가 관찰되고 있다. 이대로 양식장을 덮칠 경우, 곧장 폐사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이들 적조가 바람과 대조기의 영향으로 이동·확산을 반복하며 고밀도로 집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과원의 판단이다. 수과원은 “경남 해역 양식장은 반드시 먹이 공급을 중단하고 야간에는 산소발생기를 적극 활용하는 등 방제와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6일 현재 집계된 적조 피해 추정 폐사량은 남해와 통영 7개 어가 188만여 마리, 29억 6900만 원 상당으로 477만 마리, 63억 원의 피해가 기록된 2014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김민진 기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