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조국 장관과 추석 민심
/차재권 부경대 정외과 교수
추석 민심이 뜨겁다 못해 온 나라를 태우고도 남을 기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이 불러온 불길이 추석 민심에 그대로 옮겨 붙은 탓이다. 조국 장관의 임명에 대한 찬반을 놓고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갈려 팽팽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 싸움이 올해 추석 밥상머리에선 결국 부모 형제와 친지 간 언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필자의 집도 예외가 아니다. 조국 장관의 임명을 반기는 팔순 노모와 이를 반대하는 장남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결국 장남이 버럭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저 명절날 늘 있어 왔던 에피소드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도가 지나치단 생각에 조국 장관에 반대하는 절반이 조금 넘는 추석 민심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조국 임명’ 두고 갈라진 추석 민심
‘헌정 질서 농단’ 야당 주장은 의문
장관 임명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
국민 반대 따른 정치적 책임 질 뿐
다른 특혜 외면한 대학생 반대시위
‘검찰개혁 필요’ 여론 의미 새겨야
먼저, 조국 장관의 임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의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보수 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다. 항간에 쏟아진 숱한 의혹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치 않다는 그들의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거리로 나가 주장하듯 장관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의 행위가 헌정 질서를 농단한 것으로 정권 퇴진까지 요구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공정한 수준을 넘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수사 결과도 지켜보지 않은 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진을 요구한다면 근본적으로 책임정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공직 후보자에 대해 야당과 국회가 인사청문회라는 제도화된 형식을 통해 반대를 제기할 자유는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자신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국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권을 행사할 자유 또한 우리 민주주의 제도가 대통령에게 허용한 권한임을 잊어선 안 된다. 국회나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반대 여론은 고스란히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야당은 다가올 선거에서 그러한 대통령의 결정이 부당함을 지지자들에게 알리고 정권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면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헌정 농단으로 몰아가는 보수 야당의 전략은 민주정치의 운영 원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 일반의 시선에서도 쉬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조국 장관을 규탄하며 광화문 광장으로 그 촛불을 옮겨 들려 하는 대학생들에게도 묻고 싶다. 조국 장관의 딸이 누린 금수저의 혜택에는 분노하면서 왜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기득권 정치인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분노의 촛불을 치켜들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자녀 입시 혹은 취업 부정 사례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런 비리에 대해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촛불을 들어 대응했다는 뉴스는 접해 보질 못했다.
유사한 비리 행위에 대한 공평치 못한 반응도 문제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행위가 가져올 정치적 결과에 대한 몰이해도 문제가 되긴 마찬가지다. 물론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또한 조국 장관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주요 대학의 학생회가 그들의 촛불시위에서 정치색을 배제하려 노력해 왔음도 잘 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정치색을 배제한들 결국 조국 장관의 사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면 결국 나무는 보면서 정작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의 촛불이 광화문을 밝히는 순간, 수구적 보수를 표방하는 태극기부대의 함성과 섞여 버릴 위험성을 왜 모른단 말인가. 절반이 넘는 국민이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면서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는 현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볼 대목이다.
물론 극심한 국론의 분열을 불러 온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대통령을 보좌해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그 성과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통령이 밝힌 핵심적인 이유였다. 청문회를 거쳤고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의혹만으로 임명을 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란 해명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절반이 넘는 국민의 시선에선 충분한 해명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이제 그 물음에 대한 실질적인 답은 개혁의 최전선에 남겨진 조국 장관 스스로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국회를 움직일 충분한 힘도, 검찰을 견제할 그 어떤 유효한 권력도 갖지 못한 정부·여당과 조국 장관이 어떻게 국회 입법을 통해 완성될 수밖에 없는 사법 개혁을 완수해 낼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유명준 기자 joo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