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대교 환경평가 날조 정황… 착공 불투명
멸종위기식물종인 가시연 개체가 발견된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의 모습. 가시연은 수생식물로, 연못이나 저수지, 호수 등에 뿌리를 내린다.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4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대저대교 건설을 위해 부산시가 조사·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날조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검토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확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만일 평가서가 날조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이달 착공,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 부산시의 대저대교 착공 계획이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멸종 식물위기종 발견됐지만
부산시, 대교와 군락 거리 왜곡
최근 일부 식물 군락지 사라지기도
환경단체·학계 “市 증거 인멸”
유역청, 전문위 구성 확인 작업
25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유역청)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본안·보완서·재보완서와 부산대 연구팀에서 최근 발견한 중요 증거인 멸종위기 식물종 군락 자료를 전방위적으로 검토해 날조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유역청은 25일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검토전문위원회(검토전문위)’ 위원 구성을 마치고 위원들과 평가서 검토 일자를 조정 중이다.
검토전문위 위원은 판·검사 등 법조인과 환경부 공무원, 연구기관 직원, 학계 교수로 임명돼, 위원 구성에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측됐었다. 유역청은 오거돈 부산시장과 용역 업체 대표가 고발된 데 이어 환경영향평가서 날조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발 빠르게 검토전문위를 구성했다.
여기에 지난 20일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 인근 600~900m 구간에서 멸종위기식물종인 가시연과 순채를 발견하면서 평가서 날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산시가 작성한 평가서에는 “해당 식물군이 1km 밖에 있어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수록돼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가시연은 예상 교량 노선으로부터 직선거리 901m, 교량 램프 예정지로부터는 638m 떨어진 지점에서 관찰됐다. 대규모 순채 군락은 교량 램프 예정지로부터 약 708m 거리에 위치한 연못에서 발견됐다. 가시연과 순채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전국 60여 개 환경단체 연합인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측에서 제기한 △조사 시간 부족 △참여 단체 날조 △지난 자료 갈음 등 의혹 중 ‘부실 조사’에 해당하는 증거 자료가 추가로 발견된 셈이다. 유역청도 이를 중대한 자료로 보고 지난 20일 환경단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접수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멸종위기종 군락지에 있던 가시연이 돌연 자취를 감췄다.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부산시의 ‘증거 인멸’을 주장하지만, 부산시는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멸종위기종 군락 조사에 참여한 부산대 주기재 생명과학과 교수는 “만일 유역청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허가해준다면 그것은 명백한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부산시에서 중요한 증거인 멸종위기종 군락을 무분별하게 제거한 정황도 드러난다. 대저대교 환경평가는 모조리 원점부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멸종위기식물종을 제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2006년부터 수립해온 기존 계획이 틀어질까 우려스럽지만, 평가서는 날조되지 않았다”며 “연내 착공만 된다면 공기 조정이 가능해 2024년 대교 건립이 가능하나 만약 평가서가 무산된다면 착공 계획을 재검토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대저대교는 2024년 낙동강 하구 일대에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대저대교로 일대 교통량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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