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옥’ 통돌이 vs ‘신축’ 드럼 세탁기… 원룸촌 가르는 빈부격차
[부산청년 미래보고서] 2부 2. 가혹한 민달팽이촌 살이
부산 한 민달팽이촌 거리에 원룸이 즐비해 있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집 없는 부산 청년들의 임시 피난처가 된 ‘민달팽이촌’.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월세와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해 선택한 ‘최선의 주거지’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다. 청년 밀집 현상에 민달팽이촌 안에서도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월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고공행진’ 월세 평균 40만 원
8년 만에 30~40% 증가한 셈
대출 어려운 취준생엔 큰 부담
월세 규모 따라 삶의 질 큰 차
돈 모을 수 있는 전세원룸 귀해
“주거비 부담완화 대안 나와야”
이 일대 7년 전 지어진 한 옛 원룸 내부. 이승훈 기자
■휴대용 가스버너에 색 바랜 ‘통돌이’
부산 연제구 한 민달팽이촌 원룸. 2012년 지어진 탓에 다소 오래된 화장실 세면대는 주황색으로 색이 바랬고, 세면대 위는 불에 그을린 듯 검정 자국이 곳곳에 나 있다. 거실 한쪽에는 오래된 통돌이 세탁기가 놓였고, 돌돌 말린 세탁기 호스가 장판 위에 널브러져 있다. 한쪽 벽면에는 타일 6~7개가 뜯겨져 나간 상태며, 바로 옆 싱크대에는 이전 세입자가 쓰던 것으로 보이던 휴대용 가스 버너가 놓여 있다. 집을 소개해 준 공인중개사는 “가스레인지도 잘될 거니 걱정 마라”며 황급히 가스 버너를 몸으로 가렸다.
실평수 6평 남짓한 이 원룸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가 25만 원이다. 그러나 주차장 이용 비 3만 원, 관리비 3만~4만 원이 더해져 세입자가 실제 내야 할 돈은 31만~32만 원 수준이다. 동네 부동산에 따르면 이 원룸은 이 일대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한 원룸이며, 잠만 자는 곳으로 주로 쓰인다고 한다.
이 원룸과 100~200m가량 떨어진 다른 원룸. 마찬가지로 6평 남짓한 이곳은 지난해 11월 지어진 신축 건물이다. 흰색 벽지에는 심플한 동그라미 무늬가 덧입혀져 있고 찬장, 서랍장 등이 모두 흰색으로 돼 있어 밝은 느낌을 준다. 거실에는 드럼 세탁기가 빌트인돼 있고, 깔끔한 화장실에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샤워기가 달렸다. 앞서 7년 전 지어진 원룸과 달리 입구에는 공동 출입문 시스템과 터치식 도어록도 설치됐다. 이 원룸의 가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5만 원. 마찬가지로 주차 등록비, 관리비 등을 합하면 60만 원대 초반의 돈을 매달 내야 한다.
부산 연제구 한 공인중개사는 “돈 차이가 10만~20만 원이 나더라도 청년 세입자의 90% 이상이 신축을 선택한다”면서 “여성 세입자의 경우 통풍도 잘 안 되고 보안 시스템도 전혀 없는 곳에서 사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1년 전 지어진 신축 원룸의 내부. 이승훈 기자
■높은 인기에 월세는 고공행진
현재 민달팽이촌 8곳의 평균 원룸 월세는 32만 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진구 부전동이 36만 5800원으로 가장 높고, 이어 부산진구 전포동(33만 9500원), 수영구 광안동(32만 3700원), 부산진구 양정동(32만 2900원), 금정구 장전동(31만 5900원), 부산진구 개금동(29만 8900원), 연제구 연산동(27만 5400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8년 전 실거래가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금액이다. 국토부가 최초 조사를 시작한 2011년 8곳의 월세는 23만 원(22만 9600원)이다. 8년 만에 월세 39%가량 오른 셈이다. 더불어 현재 월세 시세는 관리비, 주차비 등을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5만~1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실정이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에 올라온 광안1동의 원룸 80여 곳을 확인해 본 결과, 관리비는 85%가량이 5만 원 수준이었다. 3만 원 2곳, 10만 원 3곳, 7만 원 2곳, 8만 원 1곳 등도 있었다.
이 같은 월세는 부산 청년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6년째 오피스텔에 사는 김 모(25·부산진구 부전1동) 씨는 “수입의 20%가 월세로 빠지고 나면, 아무리 아껴도 60만~70만 원밖에 모으지 못한다”면서 “내 집 마련은 말 그대로 꿈”이라고 밝혔다.
복지법인 우리마을 김일범 팀장은 “전세 원룸의 경우 대출을 받더라도 대부분 이자가 15만 원 안쪽이어서 월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지만, 매물이 거의 없다”면서 “불안정한 주거 상황과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이상배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