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南과 北, 변화의 바람] 스크린에도 스민다, 한반도 평화 무드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남북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한 장면. CBS 시네마 제공
남북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이 변하고 있다. 달라진 한반도 정세에 따라 이념의 대립보다 민족의 화합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과 ‘헬로우 평양’, ‘북간도의 십자가’ 등은 이러한 흐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개봉한 이 영화들은 남과 북이 한민족이란 점을 상기시키고, 나아가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다.
한국전쟁 담은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평균 나이 17세 772명 학도병 모습 통해
이념과 체제 대신 인간과 민족 조명
독일 감독의 북한 기행기 ‘헬로우 평양’
분단된 한반도… 통일 향한 염원 전달
민족의 미래 고민한 ‘북간도의 십자가’
일제 맞서 독립 외친 민족 정신에 집중
‘전쟁의 상흔’에 집중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역사적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1950년 9월 유엔군이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실시한 장사상륙작전을 모티브로 한다. 주인공은 해당 작전에 투입됐던 772명의 학도병. 영화는 평균 나이 17세인 그들의 모습을 조명해 끔찍하고 참혹한 전쟁의 상흔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영화에 묘사된 남북의 모습이다. 영화는 그간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이 이념과 체제의 우위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인간’과 ‘민족’을 중심에 뒀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자 동생이었을 그들의 상황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은 화려한 기교 대신 묵직한 촬영 기법으로 전쟁의 폐해와 인물의 아픔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가슴 아픈 민족의 역사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 극장가에 걸리는 평양의 오늘…‘헬로우 평양’
‘헬로우 평양’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다큐멘터리 ‘헬로우 평양(A Postcard from Pyongyang)’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의 그레고어 믤레르스 감독은 북한의 수도인 평양을 두 차례 찾아 촬영한 영상을 영화의 주재료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2017년 감독이 ‘만경대상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촬영한 영상에서는 평양의 현재를 엿볼 수 있다.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 류경호텔과 개선문, 금성학원 등의 건축물도 영화에 담겼다.
외국인 감독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반도의 분단 문제를 바라본다. 서독 출신의 그레고어 감독은 지난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직접 목격한 세대다. 국가의 통일을 먼저 경험한 그의 시선은 단순히 평양의 이곳저곳을 비추는데 멈추지 않는다. 감독은 평양 시민들과 비밀리에 진행한 인터뷰를 영화에 소개하며, ‘통일’을 향한 민족의 염원을 함께 전한다.
민족의 미래 겨눈 ‘북간도의 십자가’
‘북간도의 십자가’의 스틸컷. 비싸이드픽쳐스 제공
그런가 하면,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는 민족의 미래를 겨눈다. 영화의 배경은 현재 중국 연변조선족 자치주 일대인 북간도로,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이 교육과 독립 선언, 무장 투쟁 등의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영화는 일제에 맞서 한마음으로 독립을 외쳤던 우리 민족의 정신을 조명한다. 무장투쟁을 했던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비롯해 용정(龍井) 서전평야에서 3만여 명이 모여 벌인 만세 시위, 17명의 종교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독립선언포고문’, 일제의 무기 구매 자금을 탈취한 ‘15만 원 탈취 사건’ 등도 영화에 담겼다. 봉오동 전투의 시발점인 삼둔자(三屯子) 영상과 인삼밭으로 변한 청산리 어랑촌 일대 영상도 인상적이다.
영화계는 이 같은 변화를 남북 영화 발전의 초석으로 보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며 “한반도를 다루는 스토리텔링 자체가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영화는 관객의 니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면서 “남북이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가려는 의지가 조금씩 영화에 반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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