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그들만의 잔치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0월에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을 모으고 지역을 들썩이게 하는 영화제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 탓에, 국제영화제의 국내 번성에 기여하는 바 역시 제법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올해는 강릉국제영화제가 창설될 예정이어서, 운영 중인 전주, 부천, 제천, 서울, 홍성, DMZ 등에 이어 또 다른 영화제의 목록이 추가될 예정이다.

국내 지자체 영화제 개최

올해 강릉국제영화제도 창설

성공 보장 축제로 판단한 듯

부산국제영화제 외형적 성취 인정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진중한 목표의식 환기해야

왜 그렇게 크지도 않는 나라에서 영화제 창설에 그토록 열을 올리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영화의 현실적 매력이 커지고 적용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역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는 그 명칭이 다소 다른데, 다른 명칭 속에 영화제의 특징이 담겨 있기도 하다. 가령 부천은 ‘판타스틱영화(제)’를 근간으로 하고, 제천은 ‘영화음악(제)’을 표방하며, 다큐멘터리(DMZ)나 단편영화(홍성)를 장르적 개성으로 삼는 사례도 있다.

영화제 창설에는 지역이 겨냥하는 명분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자체 실시 이후 지역은 고유의 축제를 강조해왔다. 오래된 지역 축제를 확대 심화한 지역 축제 사례도 간혹 존재하지만, 새로운 콘셉트로 이웃 지역에 못지않은 축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맹목에 충실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역 축제가 지역을 대표할 수 있고 관광객까지 모을 수 있다는 실리가 결부되면서, 개발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슬쩍 예산확보 문제도 결부된다. 명분 있는 축제는 자체 예산을 증강하고 중앙(외부) 지원을 확보하는 실리를 가져온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관광객의 증가, 즉 산업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논리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지역 축제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지역 경제가 육성된다는 순환 논리는, 너도나도 지역 축제를 구상하고 출자하는 현실을 막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영화제는 일정한 성공을 보장하는 축제로 우선 판단되는 것 같다. 한국 영화의 부흥과 번성, 그리고 영화가 지닌 몰입도와 집중력은, 여지없이 관련 지역 축제를 ‘성공한 행사’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일견, 부산영화제는 그 모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그토록 엄청난 중앙/지역의 예산을 소비하며 해내고 있는 일은 무엇일까.

화려한 잔치로 국내외에 그 명성을 떨치고 엄청난 의전 비용으로 평소 보기 힘든 스타를 불러모은다는 외형적 성취를 인정한다고 해도 말이다. ‘함께하는’ 영화제를 강조하던 부산영화제는 어느새 시민들과 무관한 영화제가 되어 있고, 전문성을 핑계 삼아 보호하던 시스템은 고답적인 형식만 반복하고 있다. 작품을 많이 초청하고 있고 사람들이 즐겨 찾아온다는 논리는, 이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성장조차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영화제를 떠받쳐 온 내적 논리는 허약하기 그지없다.

어느새 번쩍이는 고급 도시의 풍모를 갖춘 해운대의 야경처럼 부산국제영화제는 겉으로는 커지고 더욱 화려한 치장을 뽐내게 되었지만, 막대한 예산을 독식하여 다른 문화단체들의 재정 곤란까지 초래하는 현실을 보상할 가치는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진지하게 다시 물어야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여느 단체들의 수십 수백(때로는 수천) 배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자리걸음과 독단만 양산하는 현실을 지켜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성공한 축제는 산업과 숫자와 외형으로 가늠될 수 없을 것이다. 비싼 의전이나 화려한 행사로도 가늠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안에 담겨있어야 할 진정성이나 기본자세 그리고 진중한 목표의식일 것이다.


김남석


문학평론가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