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고향 집에 가고 싶어”…16년 만에 부산 찾은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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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산 보수동에서 태어났어. 내가 살던 곳에 가보고 싶어.”

18일 오후 1시 50분께 부산 남구 대연동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하 역사관) 4층 상설전시실. 16년 만에 고향 부산을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 할머니는 이날 고향 집에 대한 그리움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2003년 부산을 찾았던 그는 이날 “내가 살던 집을 눈 감고도 찾을 거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눈 뜨고도 못 찾았다”고도 했지만, 15살까지 살았던 그곳을 다시 찾을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다음 날 고향 집을 찾을 예정인 이 할머니는 나눔의 집이 주관한 ‘할머니의 내일’ 전시와 역사관을 함께 둘러보기 위해 이날 이곳을 찾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4층 전시실에 들어선 그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은 뒤 강제동원 역사가 담긴 ‘기억의 터널’을 지났다. 강제동원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살펴본 그는 이내 ‘할머니의 내일’ 전시장에 들어섰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15명의 사진과 작품 등을 둘러봤고, 전시 중인 ‘종이 소녀상’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전시와 역사관을 둘러본 이 할머니는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역사관에 우리의 역사를 그대로 전시해둬서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종이 소녀상을 쳐다보며 “우리가 이럴 적에 끌려갔잖아요. 나 어릴 적 요만할 때 갔으니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일본 정부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원한다”며 일관된 의견을 재차 드러냈다.

20일까지 부산에 머무는 이 할머니는 19일 오전 중 고향 집이 있던 보수동을 찾을 예정이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 할머니와 내일 아침에 보수동 고향 집이 있던 장소를 찾을 예정”이라며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소녀상을 찾는 것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1927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942년 중국 연길에 있는 ‘위안소’에 끌려가 3년간 성노예 피해를 당했다. 2000년 중국에서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06년부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2015년 개관한 역사관을 찾은 것은 이 할머니가 처음이다. 역사관 4층 상설전시관 안에서 열리고 있는 ‘할머니의 내일’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5명의 사진과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현재 전시의 주인공인 15명 중 이 할머니와 강일출(91), 박옥선(95), 이용수(91) 할머니 등 4명만이 생존해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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