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인 가구’ 30% 시대…동구는 절반 넘어 54%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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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혼자 살면 외로운 게 당연한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등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이들의 외로움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이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고립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사회 보장권이나 경제적 복지권, 존엄권을 박탈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나홀로 가구’ 급증 원인과 파장

부산 1인가구 29% ‘전국 평균치’

전국 8개 특광역시 중 다섯 번째

급증세 가장 큰 원인은 ‘양극화’

20대 ‘옥탑방 청년’ 외로움 취약

장년 고독사 예비군 가장 위험해

■양극화가 초래한 1인 가구

부산시 주민등록인구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부산의 1인 가구는 54만 3550가구로 전체가구 148만 9073가구 중 36.5%에 이른다. 구·군별로 1인 가구 비율을 살펴보면 중구가 54.3%로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 뒤를 이어 동구(47.5%), 서구(45.8%), 부산진구(41.5%), 수영구(40.0%)순서로 1인 가구 비율이 높았다.

통계청의 1인 가구 관련 자료는 주민등록인구통계와 일치하지 않지만, 1인 가구 형태가 ‘대세’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통계청의 전국 1인 가구 현황을 보면 지난해 부산의 1인 가구 비율은 29.2% 전국의 8개 특광역시 중 다섯째였고, 전국 평균치와 동일했다.

부산연구원과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2017년 부산의 20세 이상 1인 가구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에 따르면 부산의 1인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이 펴낸 ‘부산지역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종합정책연구(이하 1인 가구 연구)’에서 1인 가구 세대별 정신건강 상태를 보면 “가끔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50.7%에 이르렀다. 특히 노년 1인 가구의 65.3%가 가끔 또는 자주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1인 가구는 또 “가끔 또는 자주 우울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39.9%, “가끔 또는 자주 불안함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36.1%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정신 건강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인 가구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를 1인 가구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저소득층 1인 가구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거 구조의 악화’ 역시 1인 가구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원룸 등 1인 가구에 맞춘 주택공급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가족관계의 해체, 공동체 변화에 따른 사회적 관계 변형 등도 1인 가구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1인 가구가 위험하다

1인 가구라고 해서 모두 심각한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고소득층은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기 위해 스스로 1인 가구를 선택하기도 한다. 반면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돼 심각한 외로움에 노출되는 경우를 눈여겨봐야 한다. 1인 가구 연구를 보면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유형은 △독거노인 △장년 고독사 예비군 △옥탑방 청년이다.

독거노인형은 7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룬다. 연령대가 높은 만큼 대부분 사별을 경험했고,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미만에 머무는 경우가 70%에 달했다. 장년 고독사 예비군은 50대가 절반 이상으로 대부분 이혼한 상태다. 경제활동 상태는 상용직이 절반에도 못 미쳤고, 나머지는 임시직,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말 그대로 고독사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옥탑방 청년은 20대가 80%를 차지하며 원룸, 주거용 오피스텔, 다가구주택 등에 거주하고 있다. 이 그룹은 일자리가 아직 안정적이지 못해 100만 원대 소득으로 월세를 내며 학업이나 취업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이들의 사회적 고립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고독사와 극단적 선택, 교류단절, 반려동물, 은둔형 외톨이, 영양 불균형, 홀로 식사, 불면증, 스트레스, 우울증, 비만, 병원쇼핑 등이 1인 가구 사회의 사회적 고립을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독거노인들의 경우 몸이 안 좋을 때 특히 불안하고, 외로워서 누구라도 함께 살고 싶으나 혼자 사는 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체념한 상태였다. 자녀들도 바쁘게 살다 보니 한 번씩 연락하는 게 전부다.

옥탑방 청년은 여가활동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청년은 “친구들이 멀어지고 있다. 술을 한잔하더라도 돈이 드니까 친구를 자주 보기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장년 고독사 예비군 중 특히 남성들은 사정이 어려워 친구 관계가 단절됐다고 한다.

심각한 사회적 고립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산복지개발원이 지난달 발표한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 에방을 위한 지역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보면 심층면접에서 일부 참여자는 극단적인 시도를 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혼 뒤 혼자 살게 된 50대 남성 A 씨는 “먹을 게 없어 많이 굶었다. 세상을 떠나는 것 외에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혼 뒤 혼자 사는 50대 남성 B 씨 역시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어 인터넷으로 목숨을 끊는 방법까지 찾아봤다”고 고백했다.

김형균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장은 “독거 노인들은 생활관리사의 도움을 받고 있고, 노인 정책도 쏟아져 나온다. 옥탑방 청년들도 젊어 그럭저럭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면서도 “장년 고독사 예비군들은 사회적 보호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어 가장 위험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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