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슈퍼요트

유명준 기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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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yacht)’라는 말은 네덜란드 해군이 해적을 쫓기 위해 사용한 작고 빠른 추적선을 가리키는 네덜란드 어 ‘야흐트(Jaght)’에서 유래했다. 요트는 가격 자체가 비싼 데다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찮아 사치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따져 보면 요트에 따라 크기나 장비 시설 등이 천차만별이다. 동력원에 따라 엔진의 힘으로만 가는 파워(모터) 요트와 돛이 달린 세일링 요트로 구분되는데, 세일링 요트 중에는 ‘딩기’라 불리는 길이 6m 미만의 소형도 있다.

요트 가운데 특히 크고 호화로운 진짜 ‘부의 상장’이 슈퍼요트(Super yacht)다. 아직 공식 기준은 없지만 통상 길이 24m 이상이면 슈퍼요트라 부른다. 그 중에서도 50m 이상은 메가요트(Mega yacht), 91m 이상 초대형은 기가요트(Giga yacht)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들어 슈퍼요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길이 100m 이상인 것만 해도 전 세계에 50척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크기나 가격, 호화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세계 최대 요트는 올해 진수한 ‘REV 오션’이다. 길이가 183m에 이른다. 다만 이 요트는 사치와는 거리가 먼 해양과학·환경 연구용이다. 노르웨이 억만장자 사업가가 해양 사업을 통해 번 돈을 바다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로 건조해 기부했다.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의 소유로 알려진 ‘아잠(Azaam)’은 ‘떠 있는 궁전’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길이 180m로 ‘REV 오션’이 나오기 전까지는 세계 최대였는데, 가격은 6억~7억 달러(약 7000억~8200억 원)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트는 말레이시아 사업가가 소유한 ‘히스토리 슈프림(History Supreme)’이다. 길이는 30m 정도로 크지 않지만 가격은 무려 5조 원이 넘는다. 요트 내·외부 치장에 엄청난 양의 백금과 금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뼈와 운석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슈퍼요트 한 척이 최근 부산에 와 화제다. 길이 119m의 슈퍼요트 ‘A’로, 크기로만 따지면 세계 20~30위권이지만 성능은 세계 10위권으로 꼽힌다. 이 요트를 소유한 러시아 억만장자 안드레이 멜리첸코는 길이 144m의 세일링 요트 가운데 최대인 요트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산에 온 슈퍼요트 A가 워낙 큰 덩치 때문에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하고 크루즈터미널과 광안대교 해상을 전전했다는 소식은 안타깝다. 세계적으로도 요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이 가져야 할 해양관광 인프라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busan.com


유명준 기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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