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지리산 둘레길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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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풍수지리 전문가는 말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의 안산(앞산의 개념)이 백두산이고, 백두산의 안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의 옛 이름이 두류산(頭流山)인 이유다. 백두산의 맥이 흘러내려 이루어진 산이라는 뜻이다. 백두대간이 내달린 남쪽 끝에 우뚝 서 있는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이리 적혀 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시작되다.’ 우리 겨레의 영산인 백두산의 남부를 연장하는 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이다.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산청·함양군에 걸쳐 있다. 최고봉인 천왕봉(1915m)과 서쪽 끝 노고단(1507m), 서쪽 중앙의 반야봉(1732m)을 정점으로 동서 50㎞, 남북 32㎞에 펼쳐진 거대한 산악군은 그 둘레가 320㎞에 이른다. 들고나는 우뚝한 봉우리와 능선이 물결치는 지리산의 산악미는 ‘다기다양(多岐多樣)’ ‘고준광대(高峻廣大)’ ‘중후인자(重厚仁慈)’로 표현된다. 사시사철 배낭을 멘 등산객들이 북적이는 인기 명산 1위인 이유다.

지리산의 품은 넓고도 깊은데, 그 넉넉함은 둘레길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굳이 봉우리에 오르지 않아도, 종주를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지리산이 안기는 후덕한 품은 다 똑같다. 지리산 둘레길은 남원시 주천~운봉~인월~함양군 금계~동강~산청군 수철 구간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개통되기 시작했다. 경남과 전남·북 117개 마을을 잇는 온전한 둘레길이 완전히 열린 것은 2012년이다. 곳곳에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이 연결돼 있다.

둘레길에는 어린 날의 추억에서부터 사람살이의 감동, 길 위에 새겨진 역사까지 인간과 삶의 무늬가 훈장처럼 새겨져 있다. 능선 종주처럼 몇 시간 내 주파해야 한다는 강박도, 봉우리를 넘겠다는 정복의 야망도 필요 없다. 여명을 뚫는 지리산 종주가 오리무중의 미래를 밝히는 박진의 행보라면, 담담히 펼쳐진 둘레길을 걷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안기는 것과 같다.

지리산 둘레길 10주년을 맞아 걷기축제가 다음달 2~3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일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지리산의 기상을 받되 함께하는 사람과 정다움을 나눌 수 있는 둘레길 걷기는 완급 조절에 따라 백두대간 종주 못지않은 감흥을 선사한다. 편안한 이웃·가족과 함께 도란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들과 산을 두루두루 즐기는 시간. 지리산 그 이름처럼,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도 어느새 ‘지혜로운 사람(智者)’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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