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싹쓱싹… 일상이 녹아 있는 ‘김종식 드로잉전’
‘김종식 드로잉 작품전’에서 전시 중인 ‘횡설수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미술의 1세대 화가들 중 대표 격인 김종식(1918~1988) 화백의 일상은 그림 그리기 그 자체였다. 잠에서 깨어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길을 걷다가도 떠오르는 생각이 어디로 떠나갈세라 그는 도화지에 옮겼다. 김 화백은 그렇게 먹 잉크 만년필로 일기 쓰듯이 2만 점에 가까운 드로잉을 남겼다.
부산 1세대 화가 김종식 드로잉
2만 점 중 46점 엄선해 전시회
김종식미술관 내년 4월 말까지
김종식미술관(이사장 김헌,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에서 내년 4월 30일까지 열리는 ‘김종식 드로잉 작품전’은 그의 수많은 드로잉 가운데 46점을 엄선해 전시 중이다. 대부분 가로 18㎝, 세로 13㎝의 소품인 전시작들은 밑그림이 아닌 완성작의 성격을 지닌다.
김 화백은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을 언제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다방, 술집에서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항상 먹색 펜화를 그렸다고 전한다. 그는 드로잉을 마친 후 뒷면에 드로잉에 관한 단상을 꼭 기록했다. 김종식미술관 측은 그 글에 기초해 작품 제목을 달았다. 작품 ‘횡설수설’은 화폭에 인물 스케치와 함께 “알겠다, 모르겠다”라는 글이 쓰여있다. 일관성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어떤 사람을 빗댄 것 같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애절’. 강원태 기자 wkang@
‘애절’과 ‘수심’은 여인의 복잡한 속내를 간단한 선으로 잘 드러낸 수작으로 꼽힌다. 김 화백의 탁월한 소묘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꿈속에서 만난 장면이나 심상을 남기기도 했다. ‘조상님’이나 ‘현몽’ 등이 그러한 작품들. 드로잉의 표현 기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셀 수 없는 씨줄, 날줄로 화폭 전체를 먹물로 가득 채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한 획으로 대상의 특징을 정확하게 잡아낸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전시에는 드로잉 외에도 그동안 미공개된 회화 ‘수전노’와 ‘판자촌’도 만날 수 있다. 1947년 작인 ‘수전노’는 해방 이후 어려운 삶 속에서 돈에만 눈먼 부산 부두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품. 누런 돈들을 배경으로 한 부두 노동자의 만족스러운 표정과 장부를 들여다보는 서기의 모습은 금전만능주의 사회를 고발하는 성격을 띤다.
‘판자촌’은 한국전쟁 이후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이 형성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겨우 비바람 피할 정도여서 집이라 말하기도 어려운 움막들이 가득한 모습이다. 부산 서면 일대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부산 근대 역사자료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종식 드로잉 작품전=내년 4월 30일까지 김종식미술관. 051-802-6462. 이준영 선임기자 gapi@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