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항 어떻게 스마트화할 것인가
/최형림 동아대 교수·해양수산부 4차산업위원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은 다양한 주체와 서비스가 서로 연계되고 협력하는 새로운 디지털 공간을 의미한다. 폐쇄적 조직이 주도한 전통적 산업경제 시대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플랫폼에 기반한 다양한 조직과 주체의 공유, 협력을 통하여 가치와 경쟁력이 창출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기업 활동에 필요한 요소를 공유하는 플랫폼 기반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창업 비용을 낮추고 혁신을 용이하게 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현재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 대부분은 플랫폼 기업들이다.
세계 선진 도시 디지털 공간 구축 바람
유럽 1·2위 항만, 정보 공유 추진 주목
스마트 항만 구축 부산시 혼자선 못해
정부 주도 스마트 시티 사업 연계해야
스마트 시티, 스마트 항만 사업은 도시와 항만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 선진 도시들이 스마트 시티 구축에 나서는 이유는 도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같은 유럽 도시는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민간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항저우, 일본 가시와노하 등 아시아의 신흥 도시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공공 주도하에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도 2018년에 ‘도시혁신 및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플랫폼 도시 조성’이라는 목표로 향후 5년간 1조 5178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의 스마트 시티 추진 주체는 명확하게 부산시다. 부산시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면 부산항의 스마트화는 누가 주도해 진행해야 할까? 새로운 비즈니스와 경쟁력, 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선진 항만을 중심으로 스마트 항만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로테르담항은 물류, 에너지 및 산업, 항만 인프라, 항만도시, 전략 등 5개 부문에 총 45개 프로젝트의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함부르크항도 운송 네트워크의 효율성 제고를 추구하는 물류 부문과 에너지 소비량 감축 및 오염물질 배출량 최소화를 위한 에너지 부문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1, 2위 항만인 함부르크 항만과 로테르담 항만은 이처럼 자체적인 동시에 표준화된 데이터를 공유해 실시간 정보 공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 항만 간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서로 협력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산시의 스마트 시티 사업 로드맵에 부산항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부산항은 국내 컨테이너 물량의 75%를 처리한다. 부산항은 국가 물류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과 함께 세계 6위이자 동북아 허브 항만의 역할도 수행한다. 부산항의 스마트 항만 구축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당장 국내 항만물류 정보 선진화 난제 중의 하나인 물류망과 관세망의 통합도 부산시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함부르크항과 로테르담항 사례처럼 동북아 지역의 주요 경쟁 항만인 싱가포르, 상하이, 선전 항만 등과의 공유와 협력도 부산시 차원에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는 스마트 항만 구축 사업이 주로 항만 자동화에 초점이 맞추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선진 항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마트 항만은 단순히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자동화하는 수준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항만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와 서비스, 그리고 나아가 항만과 연계된 도시와 공유 및 협력을 위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 수립과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중국 항만의 성장, 물동량의 감소 등과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부산항의 스마트화는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민간 주도로 추진하기는 어렵고, 부산시만의 힘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되 부산시가 추진하는 스마트 시티 사업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