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플랫폼 노동자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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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달 앱 ‘요기요’ 배달원 5명이 플랫폼 경제 종사자로는 처음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임금을 시급(고정급)으로 지급하고,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했으며, 근무시간·장소를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 등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배달원마다 구체적인 근무 형태는 다를 수 있다”면서 “요기요 배달원 전반에 확대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플랫폼 경제 종사자 전반에 대한 행정 판단은 아니었지만 세계적인 추세로 사회적 화두가 되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최대 54만 명으로 추산된다. 공식적인 통계는 2017년 미국이 유일하게 내놓았는데, 전체 취업자의 1%에 해당하는 161만 명이 ‘디지털 중개 노동자’로 집계됐다. 지금까지는 플랫폼 경제 종사자 비중이 높지 않지만 정보기술(IT) 발전과 함께 앞으로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 플랫폼 경제 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다.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제를 포함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 사실상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플랫폼 노동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다. 〈플랫폼 경제의 부상〉(2016)을 쓴 마틴 케니와 존 지스만은 “신기술의 사회경제적 영향은 본질적으로 양면적”이라고 정의했다. 신기술은 경제성장과 사회 진보의 본질적인 추동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기존 사회경제적 구조와 그것을 유지해 왔던 문화와 제도 메커니즘을 훼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신기술 중 하나인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이뤄지는 플랫폼 노동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과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불법행위’라는 충돌을 넘어서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8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공동주최한 ‘플랫폼 청년노동자 지원 방안 모색 정책간담회’는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지방정부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에는 관련 조례도 추진하겠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혁신의 완성도 결국은 그 충격을 완화할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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