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외식업 단명 시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외식 트렌드는 일 년이 멀다고 자주 바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발간한 ‘외식 인기 메뉴와 트렌드 변천사’ 서문에서 “외식업 메뉴와 콘셉트가 변화무쌍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2010년 수제버거에서부터 시작해 올해 유행하는 흑당버블티, 대만샌드위치, 마라탕까지 한 해에도 몇 개씩 새로운 아이템이 나온다. 물론 이 가운데는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에 매장을 연 뒤 외국으로 진출한 성공 사례가 더러 있다. 하지만 한때 반짝했다가 사라진 경우가 훨씬 많아, 창업할 경우에는 일시적인 유행에 현혹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10년간의 변천사를 훑다 특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 막걸리와 부산어묵이었다. 2011년에는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막걸리를 한국의 보졸레 누보로 육성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막걸리 소비량은 2011년 41만㎘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현재 30만㎘대로 줄었다. 2011년 4만㎘던 막걸리 수출량이 지난해에는 9000㎘대까지 격감했다. 또 삼진어묵이 어묵 크로켓을 개발하고 베이커리 판매 방식을 접목하면서 시작된 부산어묵의 인기가 2015년에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하지만 부산에 본사를 둔 대부분의 어묵 회사 매출이 최근 1~2년 사이 20~30%나 떨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2013년에는 스몰비어 광풍이 불었다. 개성 있는 스몰비어 맥줏집이 동네마다 들어서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유사한 업체 난립으로 인해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2016년에 유행한 대만카스테라는 일 년도 안 돼 외식 프랜차이즈 사상 가장 단기간에 흥했다 망한 상품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퇴장했다. 당시 ‘먹거리 X파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내보낸 식용유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결정타였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어차피 1년짜리 아이템이었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부산에서 시작해 2014년 빙수 전성시대를 연 '설빙'은 해외에도 진출하며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짝퉁 업체에다 ‘설림’ ‘빙설’ 등 유사 브랜드까지 설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7년은 부산에서 시작한 ‘명랑시대쌀핫도그’로 인해 핫도그 바람이 전국으로 퍼진 해였다. 명랑핫도그는 지난해 1000호점을 돌파하고 해외에도 진출했지만, 현재 14개 브랜드가 핫도그 시장에 뛰어들어 다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유행은 짧기 마련이다. 어느 분야든 끊임없는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로 차별화해야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박종호 논설위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