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터치] 싱가포르의 보석, 쥬얼 창이터미널
/김태만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창이공항은 싱가포르의 보석이다. 창이공항 T1, T2, T3 한가운데 거대한 유리 공룡알처럼 생긴 ‘쥬얼터미널’은 올봄에 개장한 지 반년도 안 돼 세계적 명소가 됐다. 실내 40m 상공의 거대한 구멍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굉음에 정신을 놓을 틈도 없다. 5층 전체의 수직 입면을 녹색으로 휘감고 있는 2000~3000그루의 남국 정원수들이 건물 안/밖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터미널 사이를 잇는 트램이 폭포 곁을 지날 때면, 영화 ‘아바타’ 속으로 들어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쥬얼(Jewel) 창이터미널’이다. 이것 하나로 7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의 자부심이 허명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개장 반년 안 돼 명소 된 창이공항 터미널
풍부한 상상력과 도발적 기획의 성과
발상의 전환 있어야 해양수도 부산 가능
건강한 자본과 예술의 선순환 구조 필요
싱가포르의 세계적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설계했던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모세 사프디(Moshe Safdie)의 작품이다. 수천억짜리 건물답다. 돈이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동심을 현실로 재현해 낼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과 도발적 기획 없이는 불가능하다. ‘쥬얼 창이터미널’, 인류 상상력의 끝을 가늠할 수 없게 한다. 동남권신공항도 미정인 부산은 지금, 그렇다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부산이 뒤셀도르프나 하펜시티, 싱가포르가 될 수는 없을까? ‘해양수도’ 부산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해양수도’라 자칭하면서도 우리가 누리는 해양이 과연 몇 %나 될까? 적어도 ‘해양수도’라면, 부산을 바다 위에 재건할 각오쯤 해야 하지 않을까?
첫째는 사람이다. 창의적 상상력이 도시의 얼굴을 바꾼 예는 많다. 뒤셀도르프의 라인강변에 지어진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의 상상력 넘치는 오피스와 레스토랑 건물을 보라! 그 유명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체코의 댄싱하우스 등이 모두 프리츠커상 수상의 세계적 건축가 게리의 작품이다. 상상력 넘치는 천재 건축가가 도시의 명운을 바꾼 예다. 과연 우리에게 부산을 디자인할 세계적 건축가가 없는 것일까?
둘째는 제도와 행정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하펜시티 재개발이 몇 단계를 거쳐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것은 자본이나 정치 논리가 아니라 제도가 뒷받침된 일관된 행정력에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에 충실한 개발업자를 선정해 사전은 물론 사후까지 일관되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강력한 행정력이 주효했다. 일관된 정책과 신뢰받는 공무원은 필수 조건이다. 민관협치의 독립재단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는 ‘건강한’ 자본이다. 공공적으로 조성된 땅을 헐값에 매입한 후, “내 땅 내 맘대로”식 “짓고 보자”는 건설업자는 배격해야 한다. 선택 집중하되 총체적인 토지 이용 마스터플랜의 철학과 가치에 동의하고 준수할 수 있는 양심을 지닌 가치론적 개발(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재산권과 공공적 개발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절대적이다.
마지막으로 ‘시민 친화형’ 규제 완화 정책이다. 시민이 도시공간의 주인이자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행정도 자본도 모두 시민의 몫이기에 그렇다. 규제와 간섭을 넘어 시민의 향유권에 입각한 창의적 사고 전환이 절박하다. 하펜시티 엘프 강변 부두에 즐비한 중소 크루즈 선박들을 보라. 하역 작업 중인 수만t급 컨테이너선 코앞까지 접근하거나 수리 중인 스텔스 군함 곁을 지나며 군인들과 손 흔드는 장면은 부산항에서는 상상조차 못 할 자유다. 세계적 볼거리인 항만 경관을 꽁꽁 묶어 통제하는 부산에선 꿈도 못 꿀 장관이다.
발상의 전환만이 부산의 미래를 약속한다. 독창적이면서도 자연생태와 예술이 조화되는 ‘해양수도’ 부산의 도시공간 조성이 절실하다. 자본이 예술적 도시공간을 만들고, 예술적 도시공간이 다시 자본을 불러들이는 선순환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독창적이면서도 임팩트 있는 건물들이 모여 유니크하면서도 흥미롭고 쾌적한 도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여야 자본도 돈다.
부산의 도시 철학은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어야 하고, 자본에 의한 배제가 아니라 배려여야 한다. 그 속에 조화, 균형, 공존이 실현돼야 한다. 더는 성과주의에 매몰된 정치 논리나 고삐 풀린 천민자본주의식 개발 자유는 제거되어야 한다. 그것이 부산의 가치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