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사망에 최종범 1심 판사들도 비판여론…영장기각·불법촬영 무죄
가수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 연합뉴스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28)의 사망 소식으로 옛 연인이던 최종범씨와 최씨 1심 판사들이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24일 구씨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구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인과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08년 그룹 카라로 데뷔한 구하라는 드라마, 예능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인 헤어 디자이너 최종범 씨와 쌍방폭행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씨가 과거 사적인 동영상을 몰래 촬영했고, 이를 언론에 유포하겠다며 구씨의 무릎을 꿇리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는 구씨와 다툰 뒤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예고한 다음, 실제로 한 연예매체에 연락했으나 영상 등을 전송하지는 않았다.
최씨는 SNS에서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난 왜 구하라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라는 SNS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논란이 다소 가라앉은 지난 5월 17일에는 자신의 미용실을 오픈했다며 파티를 여는 장면을 공개했다.
구씨는 열흘 뒤인 5월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씨는 지난달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며 크게 슬퍼했다. 이후 구씨는 최근 일본에서 활동을 재개했지만 전날 돌연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28) 씨. 연합뉴스
최종범은 올해 8월 열린 1심에서 협박·강요·상해·재물손괴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불법촬영 등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돼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최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구씨의 사망 이후 누리꾼들은 최종범은 물론, 최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연인이던 피해자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폭행해 상해를 입혔고, 성관계 동영상을 제보해 연예인으로서 생명을 끊겠다고 협박했다"며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점,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된 경위, 실제로 이를 유출·제보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해 불법촬영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선고에 대해 구씨 측 법률대리인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적정한 양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우리 사회에서 최씨가 한 것 같은 범죄가 근절되려면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 항소심에서 합당한 처벌이 선고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재판 이전에 최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언학 부장판사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당시 이 부장판사는 "최씨가 구씨에 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얼굴 등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되자 격분해 사진 등을 제보하겠다고 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최씨가 제보하려는 사진 등의 수위와 내용, 사진 등이 제3자에게 유출됐다고 볼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구속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전날부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들 판사들의 실명과 함께 최종범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한편 최종범은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으나 사과의 메시지는 남기지 않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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