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영상' 보자고 했던 최종범 1심 재판부…성인지 감수성 '제로'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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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 연합뉴스 가수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 연합뉴스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28)의 사망과 관련,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사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24일 구씨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구씨가 손으로 직접 쓴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자택 거실 탁자 위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씨 사망 소식 이후 일부 누리꾼들은 전 남자친구인 헤어 디자이너 최종범씨는 물론 최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 최씨와 구씨는 쌍방폭행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이후 이 과정에서 최씨가 과거 사적인 동영상을 몰래 촬영했고, 이를 언론에 유포하겠다며 구씨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는 구씨와 다툰 뒤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예고한 다음, 실제로 한 연예매체에 연락했으나 영상 등을 전송하지는 않았다.

구씨는 지난 5월 26일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그러나 최종범은 올해 8월 열린 1심에서 협박·강요·상해·재물손괴 등 혐의만 유죄로,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28) 씨. 연합뉴스 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28) 씨. 연합뉴스

구씨가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에 이르자 누리꾼들은 최종범과 1심 재판부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전날부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는 최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와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언학 부장판사의 실명이 최종범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크게 확산되고 있다.

최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언학 부장판사는 "최씨가 구씨에 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얼굴 등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되자 격분해 사진 등을 제보하겠다고 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최씨가 제보하려는 사진 등의 수위와 내용, 사진 등이 제3자에게 유출됐다고 볼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구속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씨 1심 재판부 오덕식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연인이던 피해자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폭행해 상해를 입혔고, 성관계 동영상을 제보해 연예인으로서 생명을 끊겠다고 협박했다"며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점,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된 경위, 실제로 이를 유출·제보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해 불법촬영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1심 재판부는 최씨가 촬영한 영상을 보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3차 공판에서 최종범은 "영상은 구하라가 제안해 제가 동의하고 찍은 것이다. 영상의 90%에는 저만 등장한다"며 "증인(구하라)은 옷을 입고 있고 저는 나체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성관계 영상이라는 이유로 해당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으나 재판부는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재판장에서 비공개로 영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구씨 변호인은 "(최씨가 촬영한 영상이)성관계 영상인 것은 분명하고 양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장이 확인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아무리 비공개라고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시 재생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역시 2차 가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상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재판장 단독으로 영상을 확인하기로 했으며, 검찰 측에는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다.

전날부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들 판사들의 실명과 함께 최종범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한편 최종범은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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