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영화 환경 딛고 청춘들 날았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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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2019에 참가한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이 브루나이에서 단편영화 ‘Gelombang’을 함께 촬영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제공 FLY 2019에 참가한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이 브루나이에서 단편영화 ‘Gelombang’을 함께 촬영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제공

‘We are certain, we fly!(우리는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25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 엠파이어 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FLY2019)’ 졸업식에서 11개국 22명의 졸업생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FLY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 이 문구에 걸맞은 졸업식이었다.

한·아세안 영화 인재 육성 사업

올해 여덟 번째 ‘플라이 2019’

제작 여건 열악한 브루나이서

11개국 22명 단편 제작 도전

■단편영화 2편 함께 제작

FLY(Film Leaders Incubator)는 2012년 필리핀 다바오에서 처음 개최한 이후 올해 브루나이에서 8번째로 열렸다. 온라인 사전 제작 과정을 거친 후 2주간 한 아세안 국가에 모여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워크숍을 한다. 교육생은 한·아세안협력기금의 지원으로 무료로 교육을 받는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에서 각 2명씩을 선정해 차세대 아시아 영화인으로 키우는 행사다.

FLY 2019는 부산시와 브루나이 정보통신기술산업청(AITI)이 주최하고,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 AITI,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가 주관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교육생들이 2주간 A, B조로 나눠 밤낮없이 땀 흘려 찍은 작품 2편을 상영했다. ‘Gelombang(Waves·파도)’과 ‘Shoe Stealer(신발 도둑)’다. 교육생들은 멘토의 도움을 받아 각본, 촬영, 연출, 음악, 편집 등을 했고 작품을 완성했다. 주관사 측은 교육생이 미리 제출한 시나리오 중 괜찮은 작품을 선별해 시나리오 개발, 캐스팅, 촬영, 편집, 후반 작업을 했다. 올해 멘토이자 강사로는 전지희 감독, 이두만 촬영감독, 김준석 음악감독, 스티브 M 최 편집감독 등 국내 영화인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프로듀서, 편집감독 등이 참여했다.

FLY 2019 졸업식 장면. 부산영상위 제공 FLY 2019 졸업식 장면. 부산영상위 제공

영화 2편 상영이 끝나자 졸업식장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특히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발표될 때는 모두가 얼싸안고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내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아카데미(AFA) 장학생으로는 베트남 팸꿕쫑(24), 아퓨쳐상(Aputure award)에는 말레이시아 이자크 유자이니 빈 이즈마일(22)이 선정됐다. 그러자 장내는 교육생들의 축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장편영화 12편에 불과하지만…

브루나이는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영화 산업 기반이 약하다. 할리우드 영화는 실시간으로 소비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언어가 비슷한 인근 나라의 영화도 자국 영화처럼 소비해 자국 영화산업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슬람 국가이고 국왕이 통치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아직 검열이 존재한다는 점도 영화산업 발달의 걸림돌이다.

브루나이 리갈 블루 프로덕션의 누라인 공동 대표. 조영미 기자 브루나이 리갈 블루 프로덕션의 누라인 공동 대표. 조영미 기자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브루나이어로 된 자국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영화제작사 ‘리갈 블루 프로덕션’이 있다. 이곳은 부산영상위원회 직원이 ‘브루나이의 명필름’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처럼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다. 태국 출신 누라인 압둘라와 브루나이 할리프 Hj 모하메드가 2002년 함께 회사를 세웠다. 누라인은 2017년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최우등 졸업생이기도 하다.

브루나이의 첫 장편영화는 1968년 정부가 제작한 무슬림 프로파간다 작품이다. 이후 근 반세기 동안 브루나이 장편영화는 제작되지 않다가, 리갈 블루가 2013년 코미디 작품 ‘리나(RINA)’를 세상에 내놨다.

누라인 공동대표는 “브루나이인이 만든, 브루나이어로 된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는데 48년이나 걸린 셈”이라고 웃었다. ‘리나’는 브루나이에서 7주간 상영하면서 9000명이 넘는 관객이 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속편 ‘리나 2’는 라오스와 합작으로 만들어 양국에서 개봉했고,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할리프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브루나이에서 제작된 브루나이 장편영화는 12편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계속 영화 제작에 매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브루나이/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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