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미군, 그가 사랑한 한국 땅에 잠들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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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 참전용사 고 커트 드레슬러 씨의 안장식이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열렸다. 유엔기념공원에 한국전쟁 유엔군참전용사의 개별 안장은 드레슬러씨가 10번째다. 강원태 기자 wkang@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 참전용사 고 커트 드레슬러 씨의 안장식이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열렸다. 유엔기념공원에 한국전쟁 유엔군참전용사의 개별 안장은 드레슬러씨가 10번째다. 강원태 기자 wkang@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미군이 제2의 고향인 한국에 묻혔다. 지난달 30일 고(故) 커트 드레슬러 씨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내 참전용사 묘역에 안장됐다. 그는 지난 10월 26일 9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참전용사가 사후 유엔기념공원에 개별 안장된 사례는 드레슬러 씨가 10번째다.

드레슬러 씨는 1928년 구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으나 출생 지역이 1938년 독일로 넘어갔다. 16세 때 독일 해군으로 복무하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에 포로로 잡혔다. 이후 미국 시민권을 얻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등에 참전했다. 1973년 한국에서 중사로 전역했다. 한국계 미국인 아내와 결혼해 서울에서 여생을 보냈다.

드레슬러 씨 유엔공원 안장

한국계 아내와 서울서 여생

이날 안장식에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부인 월녀 드레슬러(75) 씨를 포함한 유가족, 미군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기도사를 시작으로 추모사, 헌화 등이 진행됐다. 유족에게 성조기가 전달될 땐 주위가 숙연해졌다. 남편이 안장되자 백발의 부인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월녀 드레슬러 씨는 “20여 년간 그와 함께 했다. 이제 보낸다니 믿을 수 없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남동생 신근석(64)씨는 “오늘 서울, 인천, 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가족들이 모였다”며 “유엔기념공원엔 처음 왔는데 규모가 있고 너무 잘 꾸며놓아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한편 유엔기념공원에 따르면, 유엔군 한국전쟁 전사자는 4만 896명이다. 미국의 전사자는 가장 많은 3만 6492명에 이른다. 1일 현재 기념공원에 봉안된 미군은 37명으로 영국(884명), 터키(462명) 등에 비하면 적다. 유엔공원 관계자는 “참전 미군이 사망하면 대부분 본국에 모신다. 하지만 드레슬러 씨처럼 한국에 남아 여생을 보내신 분들은 대부분 이곳에 잠들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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