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게 진실 밝혀달라 했던 고래고기 사건…하명 수사 계기로 재조명
울산 경찰이 고래고기 압수물을 선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울산 고래고기 사건의 진실을 밝혀 달라.”
지난해 1월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엉뚱하게도 2년 가까이 지나 ‘하명 수사’ 의혹과 맞물린 뒤에야 청와대로부터 나왔다.
미궁에 빠진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 청와대 답변을 계기로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1일 숨진 청와대 감찰반원 출신 검찰 수사관 A 씨가 김 전 시장 측근 사건과 별개로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울산을 방문했다고 청와대가 밝히면서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지난 2일 “2018년 1월 11일쯤 (숨진 수사관 등 2명이) 울산에 도착해 해경과 울산경찰청으로 가서 고래고기 사건 속사정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말한 고래고기 사건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감찰반원까지 투입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5월 울산지검이 울산 중부경찰서에 압수된 불법포획 고래고기 27t 중 21t(30억 원 상당)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당시 피의자 신분이던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 이듬해 9월 이런 사실이 본보 보도로 드러나자, 핫핑크돌핀스가 검찰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이 고래연구소의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압수물을 돌려준 게 문제였다. 검찰은 “고래연구소 분석 결과가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유통업자들이 검·경에 가짜 고래고기 유통증명서를 수십 장 제출한 점, 검찰이 압수물을 검·경 입회 없이 유통업자 스스로 찾아가도록 한 점, 법원이 대부분 불법 포경 사건에서 고래연구소 유전자 분석 결과를 증거 삼아 유죄 판결한 점 등을 들어 검찰을 옥죄었다. 특히 유통업자들이 전관예우 변호사를 선임해 거액을 준 뒤 고래고기를 돌려받았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까지 나왔다. 하지만 담당 검사의 해외 연수와 출석 요구 거부(서면 조사로 대체), 각종 영장 신청을 둘러싼 검경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건 해결이 요원해졌다. 황 청장이 대전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울산 경찰은 그간 “변호사와 유통업자 사이에 수상한 돈거래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하명 수사’ 의혹에 개입된 A 수사관은 이런 검경 간 갈등을 조율하려고 울산에 들린 것일까? 아니면 김 전 시장 측근 사건을 캐려고 울산을 찾은 것일까? 의혹은 여전하다.
현재 고래고기 수사진 중 핵심 수사관 2명은 되레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울산지검이 “해당 수사관들이 ‘가짜 약사’ 사건의 피의사실을 언론에 알렸다”며 인지 수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수사를 진두지휘한 황운하 청장 또한 이번 ‘하명 수사’ 의혹으로 검찰 수사의 칼 끝에 놓였다. 황 청장은 오는 9일 고래고기 사건의 비화 등을 다룬 책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로 출판기념회를 연다. 권승혁 기자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