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vs 중국, 한국 vs 일본… 18일 ‘축구 전쟁’에 떠는 사직벌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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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부산일보DB 지난 6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부산일보DB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치·역사적 '앙숙' 나라들이 축구 A매치(국가대표 경기)를 잇따라 벌이기 때문이다.

부산시축구협회는 지난 10일을 시작으로 18일까지 9일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과 구덕운동장 두 곳에서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을 열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중국·일본·홍콩·대만에서 총 8개 팀이 참가했다.

열전에 들어간 동아시안컵의 백미는 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경기이다. 이날 정치적 문제로 충돌한 중국과 홍콩이 오후 4시 15분에,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이 오후 7시 30분에 각각 격돌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현재까지 팔린 티켓은 2만 5000여 장이다.

동아시안컵 축구 마지막 날

공교롭게도 앙숙 간 A매치

물리적 충돌 우려해 경비 강화

각국 응원단 가장자리 배치

긴장한 부산시축구협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협회는 양 국 응원단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양 측 응원석을 경기장 가장자리에 각각 배치했다. 경찰엔 대대적인 경비 인력을 요청했다. 특히 주최 측과 경찰은 중국과 홍콩 경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팀은 올 6월 송환법 반대로 불거진 ‘홍콩 민주화 시위’로 인해 바짝 신경이 곤두 서 있다. 부산 대학가에서도 중국과 홍콩 양 국의 유학생들이 대자보를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달 27일 ‘자유 홍콩을 위한 학생연대’는 부산대 학생 게시판에 붙었던 홍콩 지지 대자보가 훼손되자 범인을 찾기 위해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제경찰서는 중국과 홍콩 양 국의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이날 부산경찰청에 경비인력 4개 중대(320여 명)의 지원을 요청했다. 부산경찰청은 이외에도 경찰특공대, 관광경찰대 등 총 4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6월 손흥민 선수가 출전했던 호주전 A매치에 배치된 인력보다 많다. 당시 호주전에는 5만 3000여 명의 관중이 찾았으나 경찰은 3개 중대만 투입됐다.

경기 과열에 대한 걱정에 영사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축구협회에 따르면, 참가국 대부분 영사관에서 협회 측에 연락해 ‘경기장 안에서 정치적인 구호를 막아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한·일전 과열을 걱정한 일본 영사관은 직접 협회를 찾아 자국민의 안전을 당부했다.

특히 홍콩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영사관은 대회 홍보 문구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협회는 이번 대회를 알리며 ‘5개국 8팀이 참가한다’라고 밝혔지만 중국 영사관에서 대만과 홍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개국 8개 팀’으로 문구를 바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축구협회 관계자는 “협회도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중국과 홍콩은 양 국 관중 구역을 따로 배치하기로 했다”면서 “경찰에 경기장 내 배치하는 인력 증원을 요청했으며 물리적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 깊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이상배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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