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런파크, 부당한 지시라도 안 따르면 말 탈 기회 축소·박탈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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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 기수 실태조사

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 부산일보DB 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 부산일보DB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고 문중원 기수의 극단적 선택(부산일보 2일 자 1면 등 보도)을 계기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기수들이 부당한 지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탈 기회가 축소된다는 응답은 85%에 달해 불평등한 계약 관계 등 각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9% “부당한 지시 받았다”

“불평등한 계약 관계 개선

투전판 만든 제도 고쳐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4일 실시한 ‘경마 기수 노동 조건과 건강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전국 렛츠런파크 경마공원 소속 기수 125명 중 75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소속 경마공원으로 구분하면 부산경남 18명, 서울 29명, 제주 28명이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수 중 58.6%는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부당한 지시를 받았거나 있으면 거부할 수 없다고 응답한 기수도 60.3%였다. 부당한 지시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말을 타게 하거나 말의 경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심지어 ‘말을 죽을 때까지 패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기수 대부분은 지시를 거부하면 불이익이 돌아온다고 밝혔다. 기수 중 85%는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탈 기회가 축소되거나 박탈된다고 답했고, 71.2%는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말을 탄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경남 소속 기수들은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제주 35.7%, 서울 48.3%에 비해 부산경남에서는 61.1%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업무 사고 횟수, 병가 비율 등도 타 경마공원 기수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사회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기수 90% 이상이 마사회가 기수·조교사·마방 운영 등에 영향을 행사한다고 답변했다. 기수 면허 유지권과 조교사 면허 취득권으로 통제를 한다는 응답이 각각 76%와 50.7%에 이르렀다.

이러한 실태가 드러나자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마사회에 각종 제도를 고칠 것을 촉구했다. 불평등한 계약 관계, 과도한 경쟁, 부족한 생계비 등의 문제를 개선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2017년부터 부산·경남에서만 4명의 기수와 말 관리사가 목숨을 잃었다”며 “마사회가 ‘선진’이라는 말로 투전판을 만든 각종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영·박혜랑 기자 verdad@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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