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직항’ 특별대담] “팔색조 부산 매력, 유럽에도 통할 것”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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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영도구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와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이 영도 바닷가를 배경으로 핀에어 직항노선 취항이 갖는 의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3일 부산 영도구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와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이 영도 바닷가를 배경으로 핀에어 직항노선 취항이 갖는 의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내년 3월 핀란드 국영 항공사 핀에어가 부산과 헬싱키를 연결하는 직항 노선을 개설한다. 2014년까지 운항되던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부산~뮌헨 노선이 있긴 했지만, 루프트한자는 중간에 인천공항을 경유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직항노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핀에어는 부산과 유럽을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사실상 첫 직항노선이다. 지역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업계는 지역 관광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푼 기대감을 숨기지 않지만, 그에 걸맞은 철저한 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산일보〉는 핀에어 직항노선이 변화시킬 부산의 모습을 논의하고 당면과제를 톺아보기 위해 ‘특별한 대담’을 준비했다.


■“루프트한자 사태 걱정 안 해도”

부산관광공사는 지난 13일 영도구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부산·유럽 교류 활성화 관광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정식 포럼 개최에 앞서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와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부산일보〉와 대담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핀에어 직항노선 취항이 갖는 의의와 관광도시 부산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수오미넨 대사와 정 사장은 핀에어 직항노선 취항이 지역 관광업계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는 부산과 직항노선을 개설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고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기대는 단순히 두 도시의 여행객이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극과 맞닿아 있는 핀란드는 북극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고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북극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와 비즈니스 교류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사장 역시 “헬싱키는 유럽 내 크고 작은 100개의 도시와 긴밀히 연결된 북유럽 최대의 허브공항”이라며 “부산이 유럽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서 제2의 루프트한자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 사장은 “당시에는 인천을 경유하는 노선이었고, 그동안 단체관광에서 개인관광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는 등 많은 사정이 변화했다”며 “직항노선이 유지되려면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함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전체가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수오미넨 대사도 “핀에어는 신뢰할 수 있는(reliable) 항공사”라며 “핀에어 스스로 시작한 노선에 대해 단시간에 판단하고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부산~유럽 첫 직항 노선

지역 관광업계 새 장 열려

관광 인프라 개선 과제도


■서울과는 다른, 한국의 진짜 모습

2016년부터 주한 핀란드 대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수오미넨 대사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가족, 지인들과 부산에도 여러 차례 와 본 적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부산 여행을 할 때마다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했다. 핀란드는 숲과 호수, 바다의 나라다. 오래된 숲과 너른 호수에는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널려 있다. 그런 곳에 살며 행복지수까지 1위인 핀란드 사람들이 과연 부산에 와서 볼 게 있을까?

수오미넨 대사는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넘쳐난다’며 웃었다. 수오미넨 대사는 “서울과는 또다른 부산만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특히 왁자지껄하고 역동적인 자갈치사장과 고즈넉한 부산의 냄새가 풍기는 원도심의 골목이 그렇다”며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바다와 어우러진 화려한 야경, 특급호텔 등도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발효된 음식을 많이 먹는 핀란드인에게 김치와 같은 한국 음식은 별미로 다가온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수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 특히 한국전쟁 등 아픈 근현대사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부산이라는 도시는 핀란드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최근에는 K-POP을 비롯한 문화적 수준이 굉장히 높아져 유럽 내 여러 나라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북유럽인들에게 한국의 치안 수준은 여행지 선택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

다양한 연구·교류 활성화

바다·야경 등 부산 매력

관광·IT 접목 필요


■영어 소통·스마트관광은 과제

하지만 당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수오미넨 대사는 영어 소통과 관련한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지방도시로 나가면 호텔 내에서조차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높은 수준의 영어 가이드 확대, 식당 메뉴판과 관광 표지판 개선 등 영어권 관광객을 맞이할 수용태세의 획기적인 개편이 절실하다”며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시장에 부산에 대한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과는 별개로 부산 관광 인프라 개선 작업을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스마트관광의 활성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핀란드와 한국은 IT 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관광산업에 IT를 접목시키면 관광객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수혜를 입는 주민들의 삶의 질도 올라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오미넨 대사는 핀란드에서 개발된 관광 관련 스마트폰 앱들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오로라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앱이다.

아직까지 인간이 오로라의 출연을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SNS에 올라온 다양한 언어의 오로라 관련 단어를 캐치해 내 주변의 오로라 출몰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핀란드는 이 같은 스마트관광을 통해 2019년 유럽 스마트관광 도시로 선정되는 한편, 매년 20% 가까운 관광객 증가세(헬싱키 기준)를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부산시와 논의해 영어 수용태세 개편, 스마트관광 활성화 등의 개선사항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겠다”며 “우선 북유럽권의 비즈니스 출장과 마이스(MICE) 행사 참가자를 1차 마케팅 타깃으로 삼고 부산관광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공사는 이번 포럼 행사와 함께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와 상호 협력강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며 “유관기관과의 협력강화와 선제적 마케팅 추진으로 단계적으로 관광시장 영역을 확대, 유럽 관광객들 사이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드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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