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0년 신정 일출은 오메가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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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룡 한국기상학회 명예회장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떠오르겠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릿 오하라는 절망의 끝에서 이렇게 울부짖는다. 내일의 운명이 오늘보다 낫기를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해맞이 행사는 이런 소망들이 모여 풍습이 된 것이리라. 이 해맞이 문화는 지금 동서양을 불문하고 요란해 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맞이 축제도 많이 생겼다. 강릉의 정동진, 포항의 호미곶, 부산의 광안리 그리고 제주도의 성산포 등지가 꼽힌다. 떠오르는 해의 본래 모습을 더 잘 보려고 사람들은 대부분 바닷가로 몰린다.

이 중에서도 부산의 광안리는 더욱 요란하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7,420m의 길이의 광안대교는 아예 자동차 출입을 금지하니, 10만 명 전후로 추산되는 일출 인파가 다리를 가득 메운다. 인근 해안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여명 어둠 속의 스카이라인까지 요란하다.

이런 대중적 행사가 관계 당국의 조직적 관심과 연구 지원 부족으로 관광상품으로 꽃피지 못해 안타깝다. 가까운 장래에 부산에서도 신년 일출 여행, 오메가 부호(Ω)를 닮은 이른바 ‘오메가 일출’ 등이 관광 상품화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2020년 신년 일출은 운상 일출일까, 해수면 일출일까 아니면 운 좋게 오메가 일출이 될 것인가?

한국의 겨울 대류권의 높이를 10km로 잡았을 때, 내 눈에서 수평선에 접해 보이는 태양까지 356km의 직선 선상에 구름이 없으면 해수면 일출이 되고 구름이 있으면 운상 일출이 된다. 해상 일출은 부산의 해안에선 겨울 동안 매월 예닐곱 번 정도 발생한다.

해수면 일출의 백미는 오메가 일출이다. 해가 뜨면서 바다 밑에, 한 개 더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사진 애호가들은 오메가 일출의 촬영지로 부산의 오랑대를 첫 번째로 꼽는다. 그러나 사실은 대한민국의 동해안이 거의 모두 같은 조건이다. 쿠로시오 난류는 뜨거운데 북풍은 차기 때문에 생기는 해기차, 그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신기루 현상이다. 해기차가 클수록 신기루의 폭이 확대된다. 부산항을 출입하는 선박이나 대마도가 실제와는 조금 달리 보이는 현상도 같이 발생한다.

해상 신기루의 과학은 여론이 형성되기만 하면 급속도로 발달할 것이다. 빛이 차세대 인류 과학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문화는 불에서 먼저 출발했다. 그 후에 치수 과학이 시작되었고, 얼음, 공기 과학이 뒤따라 발달하여 왔다. 인류가 우주로 향하면서 빛의 과학은 새로 개척해야 할 중대 과제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기루 문제는 아직 연구의 여지를 많이 남겨 놓고 있다.

오메가 일출은 빛의 굴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학습 현장이다. 더 실용적인 부분도 있다. 여름 해수욕 인파가 일일 200만 명에 육박하기도 하는 부산이지만 겨울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소재는 빈약하다. 오메가 일출로 겨울철에도 중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어 볼 만하다. 그러려면 정부의 장기적인 연구지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참고로 오는 2020년 신정 일출은 오메가 일출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정 일출, 대보름 일출까지 기상청에서 직접 예보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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