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동화 당선소감] 단단한 항아리 속에 멋진 얘기 채워 나갈 것
입력 : 2019-12-31 17:47:58 수정 : 2020-01-02 14:59:39
고이
내 몸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고 믿었다.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항아리, 그게 나라고 여겼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 왜 동화여야 하는지, 자꾸만 떠오르는 질문 앞에서 서성이는 날들이 많았다.
당선 소식에 한동안 멍했다. 두꺼비 한 마리가 등을 맞추어 깨진 항아리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서늘한 바람만 드나들던 항아리에 처음으로 온기가 채워진 날이었다.
“넌 할 수 있어! ‘고이’니까!” 한결같은 믿음으로 응원해주신 김재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글을 잘 쓰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선생님을 통해 배웠습니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그래서 잘 될 수밖에 없는 글벗들과 친구들, 사랑합니다! 무조건적인 지지자 남편과 민서, 민찬 그리고 다정하신 시부모님,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박선미, 한정기 선생님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집에 가서 일기장 가져오너라!” 몇 해 전 교통사고로 허리가 부러진 친정어머니의 첫마디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오신 엄마.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며 자랐습니다. 방 한쪽에 놓여있던 새마을금고 가계부와 모나미 볼펜 한 자루. 그것이 제 문학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하루를 기록하던 엄마의 손을 떠올리겠습니다. 김수자 여사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제, 단단한 항아리 속에 멋진 이야기들을 가득 채워 나가겠습니다.
약력: 1980년 대구 출생. 본명 김지경. 대학에서 사회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