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시 심사평] 소통 단절된 당대 문제 내밀한 정서로 예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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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투고 작품 수와 질은 예년 수준이지만, 노년 세대 작품들이 늘어나는 경향인지 조금 느슨한 감을 주었다. 신춘문예라는 성격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표현의 묘미를 갖춘 채, 당대 사회에 대한 역사의식이나 도전의식을 지닌 작품이어야 할 것이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링(Ring)’ ‘히말라야로 가는 피아노’ ‘관계들’ ‘가르마’ ‘도서관의 도서관’ 이렇게 다섯 편이다.

우선 ‘링(Ring)’은 권투의 대결장인 링을 삶의 치열한 현장으로 비유하여 꽤 세련된 표현으로 삶의 문제를 성찰하였으나, 너무 표현의 묘미에만 치우쳐 역사의식이 없고 발상 자체가 다소 진부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히말라야로 가는 피아노’는 아름다운 표현 속에 우주적인 사유를 담은 점은 보기 좋았으나, 발상이 영화에서 출발하고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관계들’은 신발과 발이 갖는 특성을 사회적 관계의 의미로 참신하게 그려내었으나, 발상이 상당 부분 관념적이고 일부 해독되지 않는 표현들이 있는 점이 거슬렸다. ‘가르마’는 당대 현실이 주는 삭막함과 무의미함에 대한 섬세한 자의식은 좋았으나, 너무 표현의 현란함에 도취한 듯한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이에 비해 ‘도서관의 도서관’은 사회적 소통이 단절된 당대 문제를 내밀한 정서 의식으로 예각화하면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자유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다. 이에 ‘도서관의 도서관’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니, 선정된 시인은 더욱 분발하여 한국 시단의 별이 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김경복·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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