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시 당선 소감] 시의 속도를 따라갈 가속의 전환점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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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빈 임효빈

독일의 시인 라이너 쿤체의 ‘뒤처진 새’를 읽었습니다. 도나우강을 건너는 철새의 무리에서 뒤처진 새를 보며 어릴 적부터 남들과 발맞출 수 없었던 시인은, 스스로와 동일시하며 새에게 힘을 보낸다는 고백을 합니다. 저도 늘 한 템포, 아니 몇 걸음은 뒤에 있었습니다.

시는, 늦게 온 사랑이라 금방 식어버리겠거니 했으나 늦은 만큼 깊어지는 속도가 더딜 뿐 식지도 못하며 알 수 없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부질없이 높아만 가는 사랑의 온도였습니다. 뜨겁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죽일 놈의 사랑에서 빠져나오려 할 때 출구마저 잃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생에는 그만하려 이별을 고했지만 그조차 받아 주지 않은 나의 시.

관계가 지쳐갈 무렵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가 사랑을 주지 않은 게 아니라 저의 사랑이 부족했던 것을. 그는 늘 뜨겁게 다가왔고 진심을 고백했으며 품에 안기려했지만 저의 속도가 맞추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제야 가속을 내는 전환점을 잡았습니다. 측정할 수 없을 진한 온도로 직진할겁니다. 미운 사랑과 함께.

그 사랑의 행보를 몰라 헤매던 제게 분명한 좌표로 이끌어 보이게 한 이돈형 시인이 있습니다. 오래 감사할 것입니다. 함께한 김혁분 시인과 좋은 인연입니다. 규행과 은재는 거기 언제나 빛으로 있습니다. 뒤처진 새였던 제 날개를 밀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약력 : 1966년 충남 부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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