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소감] 경계에서, 잠시 따뜻할 수 있는 소설 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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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이소정

오영수 문학관에서의 첫 수업을 잊을 수 없다. 창밖으로 굴참나무가 서서히 잠기던 그 순간 나는 어떤 경계에 서 있었다. 실업과 취업, 꿈과 현실, 늙음과 젊음 그 어디쯤에서 사는 것과 사는 척에 대해 오래 뒤척였다. 지금도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이를테면 삶과 죽음, 선과 악, 빛과 물질 같은 것들은 조금 생각하고 삼각김밥과 돼지국밥, 이디야와 투썸, 타이레놀과 종합병원, 독립서점과 알라딘 중고매장을 더 많이 고민한다.

지하철 2호선이 한강 다리를 지날 때 노을이 지면 핸드폰만 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다 같이 그것을 바라본다고 한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경계에서, 낮과 밤의 경계에서 한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잠시 따뜻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여전히 세상의 작고 커다란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해 오래 생각하겠다.

엄창석 선생님이 내 선생님인 게 얼마나 기쁨인지. 그 기쁨을 당신께 오래 돌려 드리고 싶다. 이 순간을 만들어준 난계소설반 식구들, 영하, 송아, 다 당신들 덕분이다. 넘치는 응원과 이상한 비난을 아끼지 않았던 인호옹, 사랑한다. 여민, 여준, 여림, 세상에서 딱 하나만 가지라고 한다면 나는 너희들이다. 이근수 아빠, 김필연 엄마, 지금까지 나를 낳고 기르느라 고생하셨어요.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오래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약력: 1978년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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