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회장, 음향장비 하드케이스에 숨어 탈출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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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 도쿄 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 도쿄 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65)이 음향장비 운반용 하드케이스에 숨어 일본을 탈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곤 전 회장을 태운 전용기 운영업체에 대한 수사를 통해 파악된 탈출 방법을 설명했다.

이날 터키의 전세기 업체 MNG 제트는 자사 항공기 2대가 곤 전 회장의 탈출에 불법적으로 사용된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 직원 1명을 1일 사법당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회사 홈페이지 공지문에 따르면 곤 전 회장 탈출에 동원된 전세기는 2대였으며, 한대는 두바이에서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거쳐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공항으로 비행했고 다른 한대는 이스탄불공항에서 베이루트공항까지 운항했다. 탑승자 명단이나 계약 문서 등에는 곤 전 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터키 당국은 MNG 제트 직원, 전용기 조종사와 승무원 등 9명을 소환해 수사 중이다. 이 사건 소식통은 WSJ에 MNG 제트 직원 등은 곤 전 회장이 음향장비를 수송할 때 사용되는 검은색 하드케이스에 숨어 간사이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MNG 제트는 곤 전 회장이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에서 음향장비 하드케이스 1개를 발견했다.

앞서 일부 레바논 언론은 곤 전 회장이 도쿄 자택에서 열린 파티 이후 악기상자에 숨어서 집을 빠져나왔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곤 전 회장이 지난달 29일(도쿄 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께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혼자 자택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사실이 알려지며 오보로 확인됐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가 10억 엔(약 106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3월 풀려난 바 있다. 이어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 엔(약 53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4월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다 최근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수사 내용에 따르면 탈출 시도는 지난달 28일 두바이에서 시작됐다. 마이클 테일러와 조지 안투안 자이예크라는 이름의 남성 2명이 두바이 공항에서 MNG 제트로부터 전세기를 빌려 타고 일본으로 출발했다.

이들의 이름은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보안업계 유명인사들과 이름이 일치한다. 마이클 테일러는 미군 특전사 출신으로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로드 구출을 지원한 보안 전문가의 이름이고, 자이예크는 테일러가 소유한 보안업체에서 일했다.

이들이 탄 전세기는 29일 오전 10시16분께 오사카에 도착했다. 2인조는 이후 곤 전 회장을 음향장비 하드케이스 2개 중 하나에 숨겨 전세기 화물로 싣고 간사이공항을 이륙해 1일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공항에 도착했다.

음향장비 케이스가 화물 검색을 통과한 방법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간사이공항에서 VIP 화물은 일부 검색에서 제외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곤 전 회장은 다른 전세기를 통해 베이루트로 떠났고, 2인조는 다른 민간 항공기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탄불 출입국관리소 기록에는 테일러와 자이예크가 미국 여권으로 입출국 심사를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편 레바논 검찰은 곤 전 회장을 다음주 소환할 예정이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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